며칠 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수험생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수능일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그 어떤 날보다 중요한 날이다. 나라 전체가 그날은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려하는 날이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 조정에서부터 행여 듣기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며 특정 시간대 비행기의 이착륙도 피하는 날이다. 우스갯소리로 수능일은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두가 이토록 집착하게 된 수능이라는 대학 입학시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일단 수능시험의 현실과 이상은 큰 격차가 있으며 아무리 좋은 이론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축제가 2007년 11월 8일부터 전주에서 진행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문학을 주체적 시선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였다. 한국에서는 백낙청, 현기영, 황석영, 황지우 등이 참여했고 해외에서 마흐무드 다르위시 등 수많은 문인들이 참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참여해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문학축제는 서구적 시선으로 선정되는 노벨상과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행사였다. 중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도 참석하여 여러 발언을 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그의 의견은 동의 받지 못했다. 문학이
이 정도면 사회적 재난이다. 전국 전세사기 피해 규모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 신청을 받기 시작한 6월 이후 11월까지 피해 접수는 전국 1만 건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전세사기 피해 사태 책임을 피해자들에게만 온전히 지게 하는 것은 너무나 가혹하다. 후순위 채권으로 내몰려 보증금을 못 받게 된 것도,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가 없이 계약이 이루어진 것도, 당시 준법의 틀 내에서 피해자들이 결정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국가가 불량품 같은 제도를 팔았고 정부와 국회는 제도의 부존재를 방치했다. 올 4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어느덧 종반으로 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마음이 크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타개하고, 민생을 챙겨야 할 우리 국회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우리 정부가 주요 입법과제로 삼고 있는 민생경제 법안들이 하나같이 1년 이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라는 이차전지 공급망 안정화 법안마저도 논의가 장기간 지연되며 무한정 표류하고 있다.국회가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로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예산안 편성의 적정성을 따져 묻겠다면서도 정작 우리의 본분에는
장기화 되는 경기침체로 주거·보건·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사회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양극화 현상을 내버려 두면 삶을 포기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늘어난다. 이는 곧 심각한 사회문제로 발전하게 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빈번히 보도되고 있는 미국, 유럽 노숙자들의 상점 약탈 등이 그 사례다.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경우 높은 집값, 코로나19, 경기침체 등 복합적인 문제로 길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이 상점을 약탈하기 시작했다. 결국 대형마트 '타깃', 약국 'CVS', 프랜차이즈 카페 '스타벅스' 등이 폐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우리나라에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개방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서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조선족 자치구 등 일자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 결혼 이민자들이 많아졌다. 당시만 해도 외국인과 결혼하는 '국제결혼'은 드물고 신기한 일이라 이렇게 결혼한 부부가 텔레비전에 나오기도 했다.이후 2000년대부터 취업, 결혼, 유학 등 국내 외국인 수가 빠르게 늘었다. 2006년 54만 명(총인구의 1.1%)이던 외국인 수는 2021년 213만 명까지 증가했고, 총인구의 4.1%를 차지한다
이른 아침 아내가 현관 앞에 놓인 배달용 가방을 집안으로 들여오더니 이내 풍성한 아침 밥상이 차려진다. 늦은 밤 제대한 아들의 현관문 여는 소리와 치킨 냄새에 젊은 날의 불면증도 전해진다. 현관문 열 때는 조심해야 한다. 문밖에 배달된 택배 물품이 급히 여는 현관문에 부딪쳐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전화를 통한 물품구매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에서부터 항공권 및 숙박 예약 등 사회생활 전 분야에 걸쳐 활성화 됐고, 펜더믹 사태는 이러한 현상을 더 크게 확장시켰다.소비자는 온라인 거래에 있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
요즘 의료와 관련한 이슈가 매일 다뤄진다. 의대 쏠림현상, 절대 의사수 부족, 응급의료,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의 의사 부족과 의대 증원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속속 등장한다. 이런 분위기에 외과 의사이기도 하고, 의과대학 교수이기도 한 필자에게 의견을 구하는 일도 많아졌다. 심각성은 같이 공감하지만 특단의 해결책은 딱히 없다고 대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나는 의료와 관련한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과 해결에 대한 접근방식에서 의사와 대중들 사이의 시각차이나 오해가 올바른 문제 해결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우리 사회의 마음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9년 기준 치매를 제외한 국내 정신질환자는 316만 명으로 5년 사이 22% 증가했다. 국가 정신건강 현황보고서(2021년)에서는 정신질환의 사회경제적 비용을 11조 3000억 원으로 추정, 연평균 10% 비율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반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의료 인프라는 오히려 열악해지고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전국 정신병원의 병상 수는 2017년 6만 7000여 병상에서 올해 5만 3000여 병상으로 줄었다.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절차는 난이도가
이응노가 일본으로 건너간 해는 1936년이다. 1925년이나 1926년쯤에는 대전에서 간판 일을 했다고 한다. 그가 지금 대전과 연고를 맺고 이응노미술관까지 세우게 된 것은 순전히 1925년 즈음의 저 인연이 계기가 되었을 터이다. 그는 1936년 이후 가와바다미술학교(川端畵學校)와 혼고회화연구소(本鄕繪畵硏究所)에서 동양화와 서양화를 배운 후 1939년부터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그림을 그렸다.가와바다미술학교가 있던 고이시카와(小石川)는 동경의 한가운데, 천황궁과 야스쿠니 신사에서 멀지 않은 곳이지만 그가 살던 곳은 고엔지(高円寺)
선거는 무섭다. 유권자인 국민의 평가는 늘 냉정하다. 정치권의 잘못에 대해 어김없이 회초리를 들어 심판한다. 여론은 1년 사이에도 20% 이상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유권자인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말로 어렵다. 민심에 굉장한 두려움을 느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후보들 간의 선거가 아니었다. 여당과 야당 모두 총력을 다해 치렀던 선거다. 그리고 그 결과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분노 표출이었다.이미 예견된 결과였다. 이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윤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사실상 선거를 헌납하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대한민국은 35년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께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법원에서 15년 넘게 판사로 재직했지만, 이균용 후보자와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대전고등법원 국감 때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동료 의원들과 "저런 분이 대법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임명동의안이 야당의 '당론'으로 부결되었다. 여기서 그 당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35년 만에 생긴 대법원장
최근 고물가로 가계 부담이 만만치 않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7%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농산물 중 과실의 물가 상숭률은 24%로 평균의 6배가 넘었고, 가공식품 부문은 물론 외식 물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바로 얼마 전 중동에서 일어난 무력충돌로 국제유가 상승도 불가피한 상황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생필품을 구입하기 위해 각종 할인정보, 이벤트, 쿠폰 찾기에 여념이 없다. 올해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25조 원 정도로 추정된다고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은 학교폭력에 대해 '학생을 대상으로 발생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미성년자 학생을 둔 부모는 누구도 자유롭지 않고 학교폭력에 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두려워하고, 때로는 가슴 졸이는 것이 학교폭력이다. 직접 경험하면 막막하고 답답하기만 하다. 필자도 세 아이를 키우고 있지만 한 번도 다른 아이들 이야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한번은 아이가 학교폭력으로 학교에서 부모님이 방문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지하게 "잘못이 있으면 용서를
단재 신채호 선생이 대전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단재가 생가지인 어남동보다 고두미 마을(청주 상당구 낭성면 귀래리)에서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한때 대전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대전인 곳에서 그가 태어났다는 점이야말로 그의 운명의 상징이다. 당시 대전은 유성현 회덕현 옥천현 사이에 농가 몇 채뿐인 한촌이었고, 그가 낙향했을 때에 이르러서야 일본인들의 도시로 만들어지는 중이었다. 그러니 그는 자신의 고향 인근이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문자로 채워지고 있는 몰락의 역사를 체험한 셈이었다.그는 나라를 되찾기 위
국민들의 고통과 역사 후퇴를 우리 정치는 막아내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정치 파국이다. 지금의 정치는 서로를 적대시하고, 악마화 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경제는 망가져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에 우리 역사도 망가지고 있다.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웠던 언론이 말도 안 되는 언론장악에 힘든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정치는 존중과 대화가 사라진 지 오래다.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야당과 싸우라"고 부추기고 있다. 집권 여당은 시종 야당 대표의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민의 선택'에 따라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선거제도가 '민주주의 꽃'이라는 데 누구나 동의한다. 미시적으로는 한 개인을 선택하고 좀 더 나아가서는 한 정당을 선택한다. 그리고 거시적으로는 정부를 지지하거나 심판하는 선택을 한다.선택은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그 정보는 '진실한 정보'여야 한다. 선거제도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면, 진실한 정보는 선거제도의 밑바탕이다. 결국, 정보의 진실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유지될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반면 유권자는 정보의 진실성을 신뢰하고 투표를
2007년 겨울, 충청남도 태안군 인근 해상에서 12.54㎘, 약 1만여 톤에 달하는 원유가 유출됐다.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한 순간이다. 국난을 마주한 우리 국민은 팔을 걷어붙였다. 당시 대전시장으로 근무하던 필자도 시청 직원들과 함께 태안을 찾아 기름때를 제거했다.대전시는 구호물자와 성금을 지원하는 한편, 태안지역에서 워크숍이나 세미나를 개최하고 특산품 소비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며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전국에서 123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모였는데, 복구까지 족히 20년은 걸릴 것이라는 전문
지난달 중순 우리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는 대전시와 공동으로 대전경제의 미래전략을 모색하는 포럼을 개최한 바 있다. 포럼에는 100여 명이 넘는 관련 전문가와 일반 시민 등이 참석했다.이 자리에서는 대전지역 경제동향, 산업구조, 민선 8기에서 적극적으로 육성 중인 바이오헬스·나노반도체 등 4대 핵심전략사업 등이 논의되고 지역 벤처기업들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대전의 성장잠재력과 관련된 통계였다.바로 대전의 지역성장잠재력, 즉 노동·자본·인적자본·기술 등의 요소들을 최대한 활용해 달성할
대한민국의 형사법은 피의자나 피고인의 적법절차에 중점을 두고 오랜 시간과 노력을 투여했다. 적법절차는 무죄추정과 인간의 존엄성 존중에 기초를 두는데 적법절차의 준수에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피의자 등의 적법절차에 학계와 정부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그늘에서 조용히 고통을 감내하던 존재가 범죄피해자이다.범죄 발생 원인에는 국가의 보호 의무 결함도 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나라 형사법 학계에서 피해자에 눈을 뜬 것은 1970년대 중반 대전 충남대학교 고 권문택 교수님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형사법에서의 피해자를 언급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