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후 연수과정으로 미국에 있을 때 즐겨보던 채널 중 하나가 'Animal planet'이었다. 당시에 미국의 TV 연예인들을 잘 모를 뿐 아니라 한국과는 달리 프로그램 진행 중 약 15분마다 나오는 광고가 익숙지 않아 미국 생활 초반에는 여행, 음식, 또는 자연 다큐멘터리 채널을 즐겨 시청했다.그 중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 중 하나는 소위 Snake master라는 Austin Stevens라는 사람이 직접 사막이나 열대우림을 찾아다니며 뱀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독사를 찾아 랭킹을 매기는 에피소드는 뱀을
5월은 기념일도 많고 날씨도 좋아 가족, 친지, 동호회 모임이 잦다. 필자도 오랜만에 옛 친구들과 모임을 가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들로 웃음꽃을 피우다 한 친구가 건배사를 하려고 술잔을 들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손이 떨려 술을 절반가량 쏟고 말았다. 친구들은 술을 마시지 않기 위해 일부러 그런다며 놀려댔다. 그 친구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요즘 들어 손 떨림이 심해진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러자 다른 친구가 자기도 젓가락질할 때 손이 떨린다, 또 다른 친구는 요즘 눈꺼풀이 떨린다고 말했다. 어느새 화제가 떨림이 되었다.떨림(trem
우리집 막내는 고양이로 이름은 여자아이라 냥순이라고 부른다.고등학생, 중학생 두 아이와는 다르게 빠르게 자라고, 빠르게 나이를 먹으며, 빠르게 늙어간다. 어렸을 때는 높은 책상이나 식탁 그리고 에어컨 위까지 소리 없이 날아다녔지만 14살이 된 지금은 어느 때보다 많이 자며 소파에서 내려오는 것도 가끔은 망설이는 겁쟁이가 돼 버렸다. 우리집 막내 셋째는 어느덧 나이를 먹었다.나이가 들어가면서 관절의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몸이 붓고 근력이 줄었으며 밤에 자지 않은 채 무작정 울기도 하며 가끔 깜빡깜빡하기도 한다. 화장실 실수
한때는 우리나라에도 번창하던 광산들이 많았다. 광명역 인근에 위치한 가학광산(현재 광명동굴)은 한국전쟁 이후 수도권 내 최대 금속광산으로 성장했다. 이 광산은 지역사회 발전과 철강산업에 기여했지만, 광물 처리 후 남은 폐기물 처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1972년 여름 대홍수 때, 중금속이 포함된 광물 폐기물 저장 둑이 무너져 유독 물질이 논밭을 덮쳤고, 많은 사람들의 삶이 파괴됨과 동시에 광산도 폐쇄됐다.1980년대 미국의 마운틴 패스 광산은 전세계 희토류 공급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1990년대 말, 광산에서 유출된 오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겪는 많은 일 중에는 크고 작은 실수들 또한 포함돼 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무리 전문가라도 알게 모르게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사전에서 실수는 '조심하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 실수로 인한 결과는 좋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실수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하지만 과학의 세상에선 어처구니없는 실수로부터 미래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위대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새로운 소재 개발 도중 연구자의 실수로 발견된
아토피는 '이상한' 또는 '부적절한'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부터 유래된 단어로 음식물 또는 흡입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유전적으로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런 아토피 질환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해 천식,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결막염 등이 포함된다. 단연 우리에게 아토피라는 단어를 가장 잘 알게 해준 아토피피부염은 오래 지속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대개는 생후 2-3개월부터 나타나며, 심한 가려움증과 반복되는 피부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아토피피부염의 원인에 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현재
매일 만들어지는 화학 물질은 몇 개나 될까?1년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화학 물질이 1000만 개이며, 이는 약 1시간에 1000개씩 만들어지는 놀랄만한 수치이다. 이렇게 많은 양의 화학 물질을 일상생활에서 매시간 사용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학 제품이 내 몸에 안전할지 불안해한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유럽에는 REACH라는 규제가 있다. 화학물질이 사람에게 유해한지 뿐 아니라 환경에 유해한지 데이터를 제출하고 승인을 받아야 개발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1톤 이상 유통되는 화학 물
19세기 산업혁명 당시 고래기름은 기계 가동을 위한 윤활제와 불을 밝히는 조명 연료로 널리 사용됐다. 석탄에서 추출되던 가스와는 달리 냄새와 연기도 없고 높은 광량을 내었으며 파이프라인이 닿지 않는 지역에서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향유고래의 머리에서 나오는 향유(香油)는 최고급 기름으로 인기가 대단했다. 고래잡이는 돈이 됐고 무차별적인 포획으로 고래는 점점 그 수가 줄어가고 고래기름의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인류는 고래를 대체할 물질을 찾았다. 바로 석유였다. 석유는 비윤리적인 고래잡이로부터 해양 생태계를 지켜
밤하늘에 환히 보이는 별빛은 아주 멀리서, 지구보다 훨씬 거대한 존재가 내뿜는 빛이다. 이를 생각하며 우주의 크기를 떠올려보면, 인간은 정말 보잘것없고 작은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우리 주변에는 인간보다 훨씬 작은 존재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큼 다가온 봄을 떠올려도 금방 찾아볼 수 있다. 작은 꽃잎들, 꽃의 달콤한 꿀을 먹기 위해 날아가는 벌레들, 바람에 흩날리는 꽃가루까지. 잠시만 연상해봐도 우리보다 작은 존재투성이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람을 구성하는 공기 분자들, 분자를
따뜻한 봄철이 도래했다. 필자에게 있어 '봄' 하면 떠오르는 것은 어린 시절 등굣길에 피어있던 개나리와 봄 소풍이다. 친구들과 말뚝박기를 하고 어머니가 싸주신 김밥을 먹을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려 밤잠을 설쳤다.우리는 설레는 일을 기대하거나, 중요한 일을 앞두고 긴장할 때, 또는 높은 강도의 운동을 할 때 일시적으로 심장이 뛰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일시적으로 카테콜아민 상승,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발생한다.반면에, 우리에게 불쾌한 느낌을 주는 두근거림도 존재한다. 심계항진(palpitations)
우리가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많은 화학물질은 독성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동물 시험을 거치게 된다.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할 때도 사람에게서 나타날 부작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으며, 특히 임상 시험에서 사람에게 투여할 용량을 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그러나 동물과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완전 대체가 될 수 없다는 한계와 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고자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 대체 시험법' 연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동물 대체 시험법 개발에 적용되는 원칙으로 3R이 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첫 번째 R
탄소중립 시대로 접어들면서 석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석탄은 가장 값싸고 접근성이 좋은 연료광물이지만, 탄소배출과 대기오염 문제로 지금과 같은 화석연료 형태는 점차 사라지고 좀 더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전원믹스(구성)에서의 화력발전 비중이 감소하면서 최근 초록색 옷을 입게 된 뜻밖의 광물이 있다. 바로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이다.2022년 원자력 발전을 녹색경제 활동으로 인정하는 EU의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이 많은 논란 속에서 통과됐다. 미래 에너지원 확보를 위해 방사성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자세히 관찰하면 참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가 끝나고 강추위가 찾아왔을 때, 대전 부근에는 별 모양의 눈이 내려 온 땅을 하얗게 만들었다.눈 결정은 생각보다 다양한 모양을 가졌다. 어떤 경우에는 삼각형 모양을 띠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나뭇가지 모양, 육각형 모양을 띠기도 한다. 눈 결정의 모양은 대기 중 수증기가 얼어붙을 때 주변의 습도와 온도, 바람의 양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에 내린 별 모양 눈송이는 영하 10도에서 20도 사이의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만들어진다고 한다.결
2013년, 전 세계에 한국 영화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됐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바로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바'가 나오는 장면이었다.혹자들은 그저 영화에만 나오는 이야기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2050에 세계 인구가 90억 명 이상이 되면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영화 속 이야기만으로 볼 수는 없다. 이미 곤충은 미래 식량으로서 주목받고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기아 퇴치, 영양 보충, 환경오염 저감을 위한 방법으로 곤충을 지목한 바 있으며, 전 세계 약
얼마 전 라디오에서 챗GPT(ChatGPT)를 이용해서 작성한 에세이가 대학교 수업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ChatGPT는 OpenAI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으로, 인터넷 검색으로 찾던 내용을 ChatGPT에게 물어보면 쉽게 정보를 정리해 제공해주며, 긴 텍스트를 입력하면 내용을 요약해주기도 한다. 뉴스에서는 학교가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 수업의 진행 방식 및 과제 제출 방식을 바꾸게 된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인공지능이 일으킨 다양한 변화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도 있고, 부정적인
2020년 5월 러시아 시베리아에서는 니켈, 팔라듐과 같은 광물 채굴 업체인 Norilsk Nickel의 석유탱크가 무너져 2만t이 넘는 기름이 유출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아 디젤 탱크를 지지하는 구조물이 무너졌던 것이 그 이유였다.이듬해 2021년에는 같은 회사의 지하 광산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하수가 터져 나왔고, 광물 채굴 중단 및 장벽 설치로 광물 생산량이 15-20% 감소했다. 알래스카, 캐나다 북부, 북유럽의 영구동토층에 있는 수많은 광산도 지구온난화로 지반의 지지력을 상실해 산사태, 인프
지난 5일 정월대보름을 맞았다. 새해 첫 보름달이 뜨면 우리 조상들은 부럼 깨기, 쥐불놀이 등을 하며 한 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 보름달은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름달이 뜨는 날이 명절인 경우가 1년 중 5번이나 있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며 많은 민속 명절이 의미를 잃어갔지만, 밝은 보름달이 우리를 반기는 추석은 여전히 설과 함께 큰 명절로 남아있다.태양과 더불어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천체이기 때문일까. 지난 인류의 역사에서 달은 숭배의 대상, 때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현대
침치료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이다. 나의 첫 침에 대한 경험은 할머니의 '바늘'이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심하게 체해서 괴로워하던 나를 보시고는 손끝을 따주셨고, 순식간에 불편했던 증상들이 좋아졌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손끝을 따는 행위가 너무나도 신기하고 강렬했기에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인간은 침을 언제부터 사용하게 됐을까? 학자들은 석기시대부터 시작됐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당시에는 철을 생산할 수 없었기 때문에 '폄석'이라 부르는 돌이나 옥으로 만든 침을 사용했다. 지금처럼 통증 질환, 내과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다. 상류가 오염되면 하류의 주민들이 큰 피해를 입고, 상류가 말라버리면 하류의 많은 생태계가 무너지기에 이 물줄기를 잘 관리해야만 상·하류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다.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많은 물건들도 마찬가지로 원료의 수급부터 중간재를 거쳐 최종 제품까지의 큰 물줄기, 즉 공급망 혹은 공급사슬(supply chain)을 통해 우리 손 안으로 들어온다. 광업, 농업과 같이 원자재를 공급하는 산업들을 공급망 상류, 원료를 가공해 중간재와 소재를 만드는 산업을 공급망 중류, 완제품을 만드
우리는 현재를 일컬어 종종 0과 1의 비트(bit)로 이뤄진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조금 먼 미래에는 중첩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표현할지도 모르겠다. 선진국들은 이미 0과 1이 중첩돼 존재하는 양자 상태를 이용하는 양자컴퓨팅 기술을 국가 미래 산업으로 선언하면서 적극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양자기술의 4대 강국 진입을 선언함과 동시에 2023년 1000억원 규모의 연구 예산을 책정하며 양자컴퓨터를 포함한 양자기술에 대한 투자를 가시화했다. 그렇다면 중첩의 시대를 개막할 양자컴퓨팅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