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은 의학사에 길이 빛나는 연구다. 개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종을 울리는데, 먹이를 맛나게 먹는 개의 침샘에선 반사적으로 침이 분비된다. 그 과정을 한동안 되풀이 후 먹이 없이 종만 울려도 개는 침을 흘린다. 이 실험은 기억과 관련되어 다음 내용을 시사한다. 첫째는 개가 먹이 없이 종소리만으로도 침을 분비한 것은 종이 울릴 때마다 먹이를 먹었던 과거 경험의 기억 때문이다. 둘째는 기억은 혈액-영상-조직 검사로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 형체가 없지만, 기억을 상기하자 곧바로 가시적 확인이 가능한 물질(침)을 만들어
최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자산관리나 투자에 금융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1-2% 수준으로 낮다면 3-4% 금리의 예금상품으로도 구매력이 유지되고 일상생활 하는데 큰 걱정이 없겠지만, 물가상승률이 예금금리 이상으로 높다면 어떻게 해야 구매력을 지키고 좀 더 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된다. 특히 은퇴한 어르신 중 은퇴자금으로 목돈은 있지만 정기적인 생활비 수입이 부족한 분들은 걱정이 더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퇴한 어르신들께 매월 꼬박꼬박 고수익을 현금으로 지급하겠다는 제안은 솔깃할 수 있다. 그러나
예전에는 겨울철에 신선한 채소를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초겨울에 김치를 많이 담가서 겨우내 먹을 수 있도록 저장하는 풍습이 발달하게 되었는데, 그 일을 '김장'이라고 한다.지금이야 김치냉장고가 있어서 보관하는 것이 자유롭지만 예전에는 하나하나가 중요했다. 김장할 시기도 중요하고, 많은 양의 김치를 담을 김장독도 중요하고, 김장독의 김치를 맛있게 먹고 보관하기 위한 커다란 구덩이도 중요했다. 때가 되어 김치를 담그면 독에 넣어야 하고 땅에 묻고 볏집으로 지붕을 세운 김치광을 만들고 나면 일 년의 가장 중요한 행사인 김장이 끝이 난다.
쓰레기들이 많이 있는 전봇대 근처를 보면 과태료 부과 경고문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곳에 쓰레기를 버린다. 하지만 그곳이 화단이라면,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은 현저히 줄어든다. 이처럼 경제적 주체에게 적극적인 지시를 내리기보다 팔꿈치로 슬쩍 찌르듯 하여 주체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넛지이론의 핵심이다. 그리고 행동경제학은 이 넛지이론을 중심으로 하여 온전히 합리적이지 못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려 시도한다. 다시 말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실제 행동이 전통경제학에서 상정하는 합리성 이외에도 심리학
생성형 AI(인공지능)가 연일 화두다. 바야흐로 생성형 AI의 대표격인 챗GPT를 탑재한 'AI 돌봄로봇 효돌이'가 쌍방향 대화로 당진시 독거 어르신들의 행복한 삶을 돕는 시대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과연 AI는 소비자정책을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대답할까? 챗GPT가 대답했다. "소비자정책의 미래는 혁신기술과 데이터로 소비자편의와 만족도를 높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해법은? "정부, 기관 등의 신뢰성있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AI의 조언처럼 신뢰할 수 있는 조사데이터로 소비생활 만족도를 높이
11월 둘째 주 토요일, 내가 태어난 고향 마을 도랑인 '도암천 살리기'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갔다. 이 행사는 '우리 동네 도랑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세종 환경교육센터에서 세종특별자치시와 금강 환경청의 후원을 받아 지난 7월부터 진행해 온 환경교육 사업이다.현장에 도착하니 환경교육센터 두 분 대표와 사무처장을 비롯해 많은 회원이 도랑에 엎드려서 일을 하고 있었다. 녹색환경 지킴이 회원들이 동참했고 동네 이장과 노인회장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나도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장화를 신고 달려들었다. 도랑 가에 심는 것을 자세히
수사를 통해 혐죄혐의가 드러나 법원에서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실제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진다면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법원은 종종 피고인에게 징역형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해 피고인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경우가 있다.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조건은 피해자와의 합의다. 수사는 보통 피해자의 고소를 이유로 개시되는데, 피고인이 재판을 받는 도중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표시하게 되면, 법원 입장에서는 피고인의 잘못인정되더라도 구금할 필요성이 낮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연설 중 일부다. 킹 목사의 연설에서 이 문구만 기억해서인지, 매번 이것만 인용된다. 아니다. 그의 연설에서 중요한 건 다음 문구다. "언젠가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과 노예 주인의 후손이 형제애라는 식탁 앞에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이 문구가 중요한 건 노예 해방의 '비전'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만약 킹 목사가 '노예 해방이 되리란 꿈입니다'라고 말했다면? 그의 연설을 기억하는 이는 별로 없었을 것이다. 비전은 미래의 이상적 모습을 그려주고
한 남학생이 교무실에 찾아와 수업 시간에 읽던 소설책을 반납하며 '선생님, 드디어 다 읽었어요. 그런데 소설책을 끝까지 다 읽는 건 처음 해봐요.'라고 한다. 이럴 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칭찬이 필요하다. 눈에서 꿀이 떨어질 것처럼 학생을 바라보며 선생님은 네가 해낼 줄 알고 있었다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책을 읽은 네가 정말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칭찬해준다.소설책 읽기를 힘들어했던 아이가 방과후까지 남아 혼자 힘으로 끝까지 책을 읽어냈을 때, 아이뿐만 아니라 교사도 감동을 받는다. 수업은 이처럼 아이들에게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
지난 9월 서울시는 서울광장 13m 지하에 숨겨져 있던 지하공간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40년 동안 정확한 용도와 건설시기 조차 알려지지 않은 흥미로운 공간인 이곳은 도심의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를 기반으로 다양한 공간연계를 통해 시민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탄생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이러한 도시의 숨겨진 레이어는 다양한 관점에서 현재의 도시와 그 형성과정을 유추하게 하고, 과거로 회귀해 현재에 대한 맥락을 제공하므로 그 의미를 더한다. 이에 지난 기고에서 소개한 맨해튼의 문화적 다양성을 형성하는 네이버후드에 이어 뉴욕시 센트럴 파크
직장인으로 살아온 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도 일종의 기본 아이템이 된 지금. 일상 탈출을 위해 중간중간 여행을 가고, 영화나 드라마 같은 것을 보기도 하지만 그런 기쁨도 찰나라는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안다. 자기 전 1분 내로 끝나는 유튜브 쇼츠를 즐겨본 지가 꽤 됐다. 그러다 최근 알고리즘에 이끌려 마블 시리즈 요약본 같은 것을 접하게 됐다.아이언맨, 토르, 캡틴아메리카, 돌이켜보니 시리즈 대부분이 본 것이었다. 마블 시리즈는 어찌 보면 입구와 출구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영화들이다. 슈퍼히어로들
전 세계 숲에는 유독 떡갈나무가 많은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많이 심은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떡갈나무는 어떻게 넓은 면적에서 자생하게 된 것일까? 떡갈나무의 전파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도토리를 주로 먹는 다람쥐인데, 이들은 도토리를 자신만의 비밀장소에 보관하고, 나중에 찾아 먹는다.여기서 중요한 것이 다람쥐의 지능 문제로 종종 그 비밀 장소를 찾지 못해 상당량의 도토리들은 땅속에서 발아해 또 다른 떡갈나무로 성장하거나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다람쥐의 지능이 조금 더 높았다면 지구상의 떡갈나무는 지금보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노동이사 도입 전, 이사회에 근로자 참관제를 추진하여 공공기관 우수사례로 선정되는 등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근로자의 경영 참여 보장에 힘써왔다. 지난해 8월 공공기관 이사회에 노동이사를 포함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자, 진흥원은 87개 공공기관 중 가장 먼저 노동이사를 임명하며 국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의 시작을 알렸다.필자는 지난 1년간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의 노동이사로 활동하며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개선, 민주적 의사결정과 투명성 확보, 경영 효율성 제고 등 노동이사제의 순기능을 강화하
며칠 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수험생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수능일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그 어떤 날보다 중요한 날이다. 나라 전체가 그날은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려하는 날이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 조정에서부터 행여 듣기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며 특정 시간대 비행기의 이착륙도 피하는 날이다. 우스갯소리로 수능일은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두가 이토록 집착하게 된 수능이라는 대학 입학시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일단 수능시험의 현실과 이상은 큰 격차가 있으며 아무리 좋은 이론
샤또 드 보까스텔(Chateau de Beaucastel)의 명칭에 대한 기록은 귀족 삐에르(Pierre) 드 보까스텔이 꾸들레(Coudelet) 동네의 헛간과 딸린 땅을 샀다는 1549년 기록까지 올라가지만, 오늘날 'CDP(샤또네프-뒤-빠쁘)의 보석'으로 인정받는 것은 페랭(Perrin) 가문이 인수한 1909년부터이다. 5대에 걸쳐 페랭 가문은 테루아에 대한 절대적인 존중, 바이오다이내믹, 균형과 우아함의 추구라는 철학에 따라 와이너리를 관리해왔다.일찍이 1950년부터 유기농법을 통해 혁신을 이루었고, 1974년에는 바이오다이
아시아·아프리카 문학축제가 2007년 11월 8일부터 전주에서 진행되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문학을 주체적 시선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였다. 한국에서는 백낙청, 현기영, 황석영, 황지우 등이 참여했고 해외에서 마흐무드 다르위시 등 수많은 문인들이 참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들이 참여해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이 문학축제는 서구적 시선으로 선정되는 노벨상과 같은 것은 큰 의미가 없는 행사였다. 중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도 참석하여 여러 발언을 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그의 의견은 동의 받지 못했다. 문학이
최근 몇 년간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탄소 중립이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에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고 왜 우리에게 중요한지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부족하다.탄소 중립은 우리가 발생시키는 탄소의 배출을 줄이고, 배출한 만큼 제거해 지구의 탄소 균형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의 삶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탄소 중립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기술로서 에너지 전환, 저탄소화, 탄소 포집·활용·저장 등이 소개되지만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먼
어느덧 12월을 목전에 두며,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올해는, 3년간 모두를 침체되게 만들었던 코로나19가 종식되며, 경제상황이 나아질 것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 고(苦)시대로 어려움은 여전한 듯하다.이러한 상황일수록, 소외된 이웃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진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에 한파로 인한 난방비 걱정과 건강문제까지 더해져, 저소득가구의 근심은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우리는 춥고 힘든 시기일수록, 남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으로 더욱 똘똘 뭉쳐서 함께 했다. 이러한 한국의
정부는 '건전재정 유지'와 '재정 정상화'라는 목표하에 내년 예산을 총 656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2.8% 증가한 것이기는 하지만,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로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 증가를 억제해 건전재정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편성된 것이다. 또 이 예산의 지출구조는 타당성과 효과성이 없는 예산, 낭비, 부정, 비리와 관련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약자 복지강화 등 꼭 필요한 사업에 투자하도록 편성된 구조라고 한다.사실 국가 재정이 지속적인 적자를 이루거나, 또 이로 인해 이자와 채무 상환
강서구청장 보선 후 국민여론은 선거 전의 양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대통령 지지율은 보선 다음 주 8개의 여론조사에서 평균 31.6%까지 떨어진다.그후 대통령 지지율은 평균 35.4%(12개 조사) 35.5%(9개)로 보선 전주의 평균 37%에 접근한다.지난주 갤럽조사 역시 보선 직후에는 갤럽조사 기준 6월 이후 최저치 30%로 떨어졌다가 보선 후 33% 34% 36%로 상승한다.윤 대통령의 중동순방과 박정희 추도식 참여 그리고 박근혜 면담 등이 결정적으로 보인다.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중 32%가 뽑은 '외교'성과가 핵심이다.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