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문제다, 교권이 추락했다는 말과 함께 학교가 천덕꾸러기가 되어갈 무렵 우리는 코로나19를 맞이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기쁜(?)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학교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제때 먹고, 자고, 공부하고, 쉬는 일상에서 운동하고 생각을 나누고 공존의 불편함을 이해하는 힘을 기르는 것까지 학교는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었던 것이다.학교가 다시 문을 연 뒤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동안 바랐던 수많은 것들을 학교에 요구하였다. 사회성을 배우지 못하고 개인화, 파편화된 채 학교에 다시 모인 아이
2023 대덕구 킨볼협회장배 코리아 오픈 킨볼대회가 열리는 현장을 방문했다. 시 단위도 아닌 구에서 시작된 종목협회가 전국규모의 대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 협회는 2018년 창립 후 어려운 코로나 시기를 보내야 했지만, 9개 시도 230여 명의 학생과 일반 선수가 참가하는 멋진 행사를 치러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킨볼협회가 창립되고 구체육회의 인정 종목단체로 등록되기까지 대전시교육청의 '마을단위 스포츠클럽' 사업의 영향이 컸다. 사업 첫해 운영했던 '우리마을킨볼클럽'이 그 계기가 되었으며, 이를 통해 성장한 학생들은 성인 국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실생활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거나 시청자와 전화 연결을 통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다.학교교육지원센터는 학교에서 교육 활동에 필요한 지원 사항을 맞춤형으로 지원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맞춤형(One-Stop)으로 지원한다."선생님이 갑자기 못 나오시게 되었어요. 수업 지원이 가능할까요?""인근 학교와 함께하는 교육 활동을 해 보고 싶어요.""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이 있어요. 도와주세요."세종교육청은 2018년 북부학교지원센터를 설립해 읍·면 지역 학교들
국어 교사로서 나는 '쓰기 활동'을 매우 긍정하는 편이다. 또 나는 마음을 담는 매체로 말보다 글을 좋아하는 편이다. 말의 감동은 순간에 타오르고 사라지지만 글의 감동은 내가 그 글을 가지고 있는 한 비교적 온전하게 보전된다. 이런 생각들을 바탕으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무엇인가를 써서 남기는 것을 좋아했다.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했던 것은 '편지 쓰기'이다. 나의 보물 1호는 지금까지 주변인들로부터 받은 편지를 다 모아 놓은 상자이다. 10년 전 교단에 서게 된 이후로 그 상자에는 학생들이 써준 편지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박준 시인
안녕, 오랜만이야. 요즘 어떻게 지내? 나는 종종 그때의 우리를 생각해. 3월, 참 많이 어색했던 그 시기에 사랑한다고 자주 말하곤 했잖아. 난 사실 거짓말이었어. 어떻게 본 지 며칠 만에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어? 말도 안 되지. 그래도 말에는 힘이 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너를 사랑하게 되었어.나는 처음엔 자신이 없었어. 내가 한 명도 아니고 이십 명이 넘는 사람들을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나는 나 자신도 책임지지 못하는 사람이었는걸.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네게 좋은 어른의 모
올해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지 23년이 되었다. 고만고만한 중학생들을 20년 이상 가르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며 사회 변화와 함께 아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다.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점점 더 중요한 아이들의 작은 사회가 된다. 어른들도 회사와 집에서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아이들도 집에서와 학교에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부모님 말씀 잘 듣고 부모님이 시키는 것을 잘 해내는 아이가 학교에서는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작은
"교사"라는 이름을 달고 살아가게 된 순간부터 학생들 앞에서 감정과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하지 않게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그래야 한다는 법도 없었지만 그게 선생님다운 모습이라 생각했다. 한없이 밝아 보이는 사람들도 내밀한 한켠엔 슬픔과 드러낼 수 없는 아픈 사정을 담아두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던가.38도를 오르내리는 열에 시든 배추처럼 끙끙 앓다가도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밝고 신나게 수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게 된다. 아픈 것도 잊고 새로운 내가 새로운 모습으로 수업시간을 채운다. 하지만 끝나는
요즘같이 해가 일찍 뜨는 계절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침대 옆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집에 암막 커튼을 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따듯한 햇살 속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떴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시작하는 아침은 나를 정말 행복하게 만든다. 이런 날이면 출근하는 길도 아름답고 발걸음도 가벼워 마음속에서 올라오는 즐거움을 감출 수가 없다.학교에 도착해 하나둘 등교하는 아이들을 힘차게 맞이하는 것도 좋은 기운을 불어넣는 중요한 일과 중 하
중학교 담임을 맡았을 때는 진학 자문이나 생활 상담으로 학생 보호자를 만나는 경우가 많았다. 많은 학생 보호자를 만났지만 내 기억 속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학부모님이 계셔서 그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학생 아버님께서 상담을 요청하시고 학교로 내방 하셨다. 상담 신청의 연유를 여쭤보니 아이가 흡연을 하는 것 같아 심히 걱정된다고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아이가 흡연하는 모습을 우연히 밖에서 목격하였고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주된 고민이셨다.고민을 듣고 난 후 나는 아버님께 우선 학교생활에서 보았던 00의 인품, 교우
2023년 올해 필자는 처음으로 유아 교사로 교직 발령을 받고 교단에 서게 되었다. 처음 교단일기를 제안받고 참고삼아 다른 교단 일기들을 찾아봤을 땐 막막함이 앞섰다. 경력 3개월 차의 교사가 거시적인 관점에서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경력 3개월 차인 신규교사만 가질 수 있는 풋풋함을 서툴게 이 짧은 글에 담아보기로 했다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교육대학교에서 교육받고 8주간의 교육실습을 거쳤음에도 임용고시에 합격하자마자 한 학급을 책임지게 된 것은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그것
교육부는 6월 26일 '사교육 경감대책'을 발표하며 수능에서 킬러문항 출제를 금지하고 EBS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말했다. 공교육 의존도가 높은 편인 다문화 가정의 학생들에게 공교육의 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를 출제하지 않는 것과 EBS의 유료 강의를 무료화하여 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발표와 적용의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가 사회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개정할 때도 준비하고 적용하는데 수년의 시간을 들이며 오류를 발견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아빠는 하루에 얼마를 벌어요?" "응 200달러 정도" "아빠 저 50달러만 주면 안 돼요?" "뭐? 50달러를? 안 돼!" 그러자 아들은 시무룩한 얼굴로 방으로 돌아갔다. 어린 아들에게 주기에는 다소 큰돈이었기에 안 된다고 했지만, 아이와 많은 시간 함께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결국 50달러 지폐를 건넸다. 그러자 아들은 금방 얼굴이 환해지며 받은 돈을 침대 베게 밑에 넣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여러 장의 지폐가 있었다. "너!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또 돈을 달라고 하니? 도대체 어디에 돈을 쓰려고 해?" 아빠는 나무라듯
'아, 더는 못 보겠어.'나의 수업 동영상을 보다가 정지 버튼을 눌렀다. '나는 수석교사다운 수업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숨이 턱 막혔다. 재생 버튼을 누를 엄두가 안 나서 머뭇거리다 수업 시간이 됐다. 일단 수업을 다녀오자. 3학년 글쓰기 프로젝트 마지막 수업을 할 차례였다.수석교사의 수업 지원 방법은 학교마다 다르다. 나는 우리 학교 학생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정보과학기술이 발달할수록 기초·기본 교육이 중요하다는 교장·교감 선생님의 교육철학과 선생님들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하고 싶은 활동이 많았지만, 모든 학
"우리 반 담임 선생님과 동무들이 생겨 즐거워요!" 하고 웃는 학생이 문득 생각난다. 요즘에는 좀처럼 '동무'라는 말을 쓰지 않는데 학생이 말했다고 하니 조금 의아할 수도 있을텐데, 천안중학교 부설 방송 통신 중학교 제 담임반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다.올해로 담임교사 경력만 15년째인 나는 현재 남자중학교 3학년, 방송 통신 중학교 2학년 담임을 겸하고 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담임을 기피한다는 신문기사나 인터넷 뉴스 등을 접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담임교사는 책임질 것도 업무도 많아 선호하는 업무는 아닌 것이 사실이지만
한 교실에 올망졸망 앉아 있는 24명의 아이들에게는 24개의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이 아이들이 함께 만나 매일의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 학교다. 아이들의 흥미, 특성, 학습의 출발점은 제각기 다르다. 아이들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있기에 서로 배우고 협력하며 역동적인 수업과 배움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학교는 즐거운 곳이다."00이는 언어 이해 검사영역에서 지금 어려움을 보이고 있어요. 언어 이해는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영역이기에 언어 이해력을 높일 수 있게 00에게 맞는 활동들을 가정이나 학교에서 함께 한다면 큰 향상이 있을 겁니
"선생님, 우리 도서관은 언제 바뀌어요?""선생님, 우리 학교 도서관 진짜 '햇살마당'으로 바뀌나요?"나를 볼 때마다 아이들이 묻는다. 우리 학교 도서관은 공간혁신 사업에 선정되어 다가올 여름방학에 엄청난 변화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공모전을 통해 이름부터 바뀌었다. 2학기 때부터는 '지혜의 샘'이 아닌 '햇살마당'으로 불리게 된다. 이 이름은 2학년의 한 학생의 아이디어로 우리 학교의 대양(大陽)에서 비롯되어 '따뜻한 햇살 아래서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과 꿈을 펼치고 이루라'라는 의미이다. 전교생 투표로 '햇살마당'이 최다
아침조회 시간 잠이 덜 깬 채로 엎드려 잠을 청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넨다. "얘들아, 학교 오는게 많이 힘들어?" "너무 졸려요" "너무 지루해요. 학교…" 아이들의 다양하지만 비슷한 반응은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학교를 즐겁게 오게 할 수 있을까? 오랜 고민은 나의 과거에서 해답을 찾게 만들었다.부끄럽지만 나 역시 학창 시절의 학교생활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아침 8시부터 쉬지 않고 이어지는 수업, 방과 후 수업과 야간자율학습 시간까지. 나만의 진로 설계가 확고하지 않았던 시절에 학교생활은 나
인터넷에 떠도는 이모와 조카의 재밌는 일화가 떠오른다. "이모는 커서 뭐 될거야?" "이모는 다 컸어." "그럼 이모는 뭐 된거야?" 조카의 순수한 질문에 이모는 아무 대답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웃픈 이야기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10대 학생들의 장래희망을 보면 교사, 공무원, 전문직이 항상 상위권에 위치해 있다.'이러한 직업들이 정말 학생 본인의 진로 탐색에 따른 직업일까? 아니면 어려서부터 벌써 현실에 눈을 뜬 것일까? 어쩌면 저 이모도 학생들 대다수가 희망하는 직업을 갖지 못해서 말하지 못
수업을 하다보면 좌우명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가 있다. "선생님은 좌우명이 뭐에요?"라고 묻는 학생이 있다면 늘 나의 좌우명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곤 한다. "선생님의 좌우명은 '새벽정신'이란다."부지런하게 사시는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나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고, 새벽이라는 단어가 참 좋다라는 느낌을 받으면서 살았다. 아침해가 뜨기 전 선선한 공기와 어스름한 밝기와 그날의 시작을 알리는 새벽의 느낌은 경험을 해 본 사람만 알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시간이다.한창 학급에 닉네임을 붙여서 특색 있는 학급경영을 하는 것이 유행하
'선생님 쟤 책 아직 안 꺼냈어요." "쉬는 시간에 OO가 저 놀렸어요."중1 수업을 맡게 된 올해, 영어 시간이 되면 저를 보자마자 하고 학생들은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낸다. 다 들어주기엔 끝도 없을 것이기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수업 끝나고 선생님에게 찾아오렴. ",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사람은 앞에 나와서 이야기하세요."그러면 학생들은 하던 말을 멈추고 조용해진다. 이제 중학생이 된 지 얼마 안 되는 중1 학생들은 궁금한 것도 많고 알고 싶은 것도, 말하고 싶은 것도 참 많다.매 수업마다 이런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