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푼 공사'라는 말이 있다.공사가 마치 찻숟가락으로 땅을 파는 것처럼 하염없이 느리다는 의미의 신조어다.본래 사업 지연이 허다한 철도 건설에만 국한됐지만, 최근엔 도로와 건물 등 각종 공사에서도 사용된다.비슷한 말로는 '모종삽 공사', '이쑤시개 공사'도 있으며, 말로만 공사한다는 이른바 '입방정 공사'라는 용어도 종종 언급된다.이같은 티스푼 공사는 전국 어느 곳에서나 발생하고 있지만, 느긋한 충청도식 정서와 맞닿아서 그런지 대전시는 유독 티스푼 공사와 깊은 연관을 지닌다.대표적으로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이 있다.대전 도시철
최근 새 집을 알아보고 있다. 약 5년간 머물던 대전 서구 소재 모 오피스텔과의 전세계약 기간이 만료되면서다.그러나 새 보금자리를 물색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관련 앱을 통해 발품을 팔아 봤지만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는 마땅한 전셋집을 찾기 어려웠다.솔직히 말하자면 썩 괜찮은 매물도 여럿 있었지만 이를 애써 외면했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전세사기를 둘러싼 불안감이 여전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다가구주택' '오피스텔'에 거부감을 느낀 탓이다.대전에서 전세사기가 집중 조명을 받게 된 것은 지난 2022년. 2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
올해 들어 가장 처음으로 반가웠던 소식은 바로 대전 기업의 코스닥 상장 소식이었다. 올 첫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코스닥 상장사의 주인공을 대전 유성구 소재 한빛레이저가 차지한 것이다.지역 기업의 상장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대전의 취약한 산업 기반에 대한 아쉬움의 내내 남았기 때문이다. 대전은 대기업·중견기업은 부족한 반면 5인 미만 영세 서비스 사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대전의 코스피 상장사는 단 8곳, 코스닥 상장사도 42곳 뿐이다. 반면 충남과 충북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사는 각각 103곳, 86곳이다
한국 사회가 혐오로 물들고 있다. 세대간 혐오, 성별간 혐오, 지역간 혐오 그리고 진영간 혐오까지 각종 대립은 갈등을 넘어 폭력으로 분출돼 위협이 커지고 있다.새해 벽두 제1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대표적이다. 증오로 촉발된 사고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또 상대를 향한 음모론과 억측이 확대 재생산돼 새로운 갈등을 부추겼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는 경찰에 "이 대표를 죽이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혐오의 정치가 낳은 비극이라고 진단했다. 극단적 대립과 증오를 일삼는
교육부는 내년 등록금 인상 법정한도를 올해 대비 1.79% 포인트 오른 5.64%로 결정했다. 5%대 인상률은 2012학년도(5.0%) 이후 13년 만이다.하지만 올해도 등록금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 정책상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 장학금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등록금 인상시 대학을 지원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도 받기 쉽지 않다.이를 두고 사실상 정부가 대학의 등록금 책정 권한을 위법적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잖다.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등록금 인상률 제한 규정('고등교육법' 제11
2023년 대전은 '다사다난'으로 표현하고 싶다.특히 교육 이슈가 '핫'했다.정순신 사태로 불거진 학교폭력 문제, 음주운전으로 인한 스쿨존 참변, 교권추락 속 대전 교사 사망, 대덕구 학교 내 흉기난동. 수많은 사건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대전교육이었다. 위태롭기만 한 대전교육의 현주소를 알려주는 방증이기도 했다.교육 현장을 취재하는 입장이라 그 체감이 더 컸을지는 모르지만, 지난해 매일같이 쏟아졌던 기사만 봐도 우여곡절이 많았음은 분명하다. 시교육청, 교원단체, 교사, 학부모, 학생 등 취재 현장에서 만난 교육 주체 모두 다사다난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크고 작은 정치적 사안이 정국을 휩쓸고 있다. 최근 이틀사이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취임했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탈당 후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하루 차이로 '거물' 정치인 2명이 각자 인생의 전환점이 될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젊은 두 정치인의 행보가 뉴스를 만들었고, 뉴스 메이커가 됐다.그런데 정치 뉴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로 눈을 돌리면 기시감, 즉 너무 낮설고 현실과 동 떨어진 느낌이 든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지만 실체가 보이지 않아 잊히
"충북은 바다는 없지만, 꿈의 바다가 있습니다"충북은 바다가 없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김영환 충북지사는 산과 호수가 즐비한 충북을 관광과 힐링의 천국, 즉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를 구축하겠다는 민선 8기 공약을 내놨다.충북지사로 발령받은지 한달 째. 이 같은 이유로 당시 '중부내륙연계발전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중부내륙특별법)은 충북 지역 최대 이슈였다.중부내륙특별법은 말 그대로 중부내륙의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법으로서 충북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따라서 법안이 제정되면 국가 균형발전의
지난 11월, A씨가 사는 오피스텔에 단전 예고장이 붙었다. 수도도 끊긴다고 했다. A씨 집 문 앞에는 '보증금 미반환 전세사기 정보 공유'라고 쓰여진 A4용지 한 장이 꽂혀있었다. 종이에는 오픈채팅방 QR코드가 새겨져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다. 채팅방에 들어가니 이미 세입자 십수명이 오피스텔 임대관리업체에게 수천만원 씩 보증금을 돌려 받지 못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A씨는 무료법률상담 변호사를 찾아갔다. "보증금 3000만원 없으면 죽어요?" 변호사의 첫 마디였다. 이런 종류의 사건을 많이 맡아 왔으며 조직적·계획적인 범죄
언덕 위 하얀 집. 정신병원을 지칭하는 말이다.대개 병원은 접근성을 위해 인구 밀집도가 높은 곳에 있지만, 유독 정신병원은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외곽에 자리 잡아 생긴 말이다. 정신질환은 감기처럼 누구나 언제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지만, 자·타인을 해칠 수도 있는 병이다. 그래서인지 정신질환자들과 그 가족들은 자신의 병을 숨기고, 아픈 걸 버틴다.최근 정신질환자들의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시민들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범죄에 불안해하고,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는 모습이다.바로 이게
최근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혹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의사 수를 늘려 지역의 필수의료 개선에 힘 쓰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의사협회가 반발에 나서며, 차디찬 신경전이 계속되는 모습이다. 의사협회는 필수 의료 붕괴의 근본적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수가 등에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그럼에도 정부가 물러설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자, 의사 측에선 '총파업' 카드까지 내걸었다.이견을 좁히기 위해 이달 6일 의료현안협의체를 열고, 재논의를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대, 지역별 인력 편차를 근거로 의대 증원을 주장
도시 곳곳에 빈집이 늘고 있다. 고령화로 집주인이 사망해 자식들의 재산문제 등으로 철거하지 않는 경우, 그리고 소유주조차 찾을 수 없는 빈집까지 다양하다.최근 발생하는 빈집은 인구감소, 도심공동화 등과 큰 관련이 있다. 신도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도심공동화가 진행돼 버려지는 집이 발생한다. 또 신도심에 시민들이 모여 살게 되며 원도심 인구소멸이 가속화돼 빈집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대전시의 경우 지난해 3264호였던 빈집은 올해 3867호로 1년 사이에 18.47%가 증가했다. 동구가 1082채로 가장 많고, 유성구 921채와 중구
지난 10월 20일 서산에서 첫 발병했던 소 럼피스킨병이 날씨가 추워지며 어느새 안정기로 접어 들었다. 매일 발병 의심 신고와 확진 결과가 쏟아지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조용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과연 이대로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최근 인수 공통 질병이나 외국 야생 동물로부터 기인했다고 의심받는 질병을 나열해 본다면 대중들이 많이 들어 봤음 직한 이름이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코로나19, 원숭이두창 바이러스(Monkeypox virus), 럼피스킨
지금은 기억에 많이 남아있지 않은 어렸을 때 얘기다.2002년 한일월드컵으로 대한민국이 뜨거웠을 당시, 서대전역을 향하는 호남선 철도 옆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그 집에서의 추억이 많이 남아있진 않지만, 지금도 뚜렷이 뇌리에 박혀있는 건 바로 열차 소리다.열차는 하루에 몇 번씩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며 아파트 근처를 지나갔으며, 집안은 마치 강진이 일어난 듯 흔들렸다.강렬한 열차 소리에 만화의 중요한 장면을 수도 없이 놓치는 건 기본이고, 끔찍한 소리로 인해 악몽도 상당히 많이 꿨다.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조금 과장됐을지도 모르지만,
얼마 전 오매불망 기다리던 신작 게임을 보름이 지나서야 구매했다. 게임이 인기를 끌어 품귀 현상을 보여서가 아니다.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알고리즘에 빠져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한 발 늦게 접해 당장 구매에 나서려던 찰나 '아껴야 잘 산다'라는 출처 모를 명언이 문득 떠오른 게 화근이었다.동향 파악이 늦은 덕분에 신작 게임은 중고거래 앱에서 정가보다 1-2만 원 저렴했고, 즉시 최저가 판매자와의 접선을 시도했다.그러나 판매자는 일정 조율 과정에서 출장 등 각종 핑계를 대며 약속 일자를 뒤로 늦추기 시작했다.결국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대전이 부쩍 소란스럽다. R&D 예산을 둘러싼 여야 간 대립이 쉬이 그치지 않으면서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이어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여야 핵심 인사들은 해당 이슈를 안고 잇따라 대전을 찾았다. 대덕연구개발특구를 품은 지역이라 R&D 예산을 사이에 두고 여야 대립의 최전선으로 부상한 것이다.여당은 예상보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민심을 달래고자, 야당은 보란 듯 예산 복원을 약속하며 표심을 다지고자, 같은 사안이지만 대하는 온도 차는 다르다. 같은 점도 있다.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여당
대전예술의전당 개관 20주년 기획·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 공연 하루 전 전면 취소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으며 향후 행보에 귀추가 쏠리고 있다.대전예당은 지난 8일부터 3일간 선보일 예정이었던 제작 오페라 '운명의 힘'을 공연 하루 전 취소했다. '무대 제작 용역 업체의 납품 일정 미준수'에 따라 정상적인 진행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경쟁입찰에 따라 무대 제작 및 철거 용역을 낙찰받은 업체가 공연 당일까지도 무대를 완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이같은 사태에 지역 예술계 안팎에선 '상식 밖' '터질 게 터졌다' 등의 반응이다.당초 해당
최근 메가시티가 세간의 화제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고 인접한 지방자치단체도 서울로 포함시켜 몸집을 키우자는 이른바 '메가 서울' 구상이 이슈의 시작이었다.이를 둘러싸고 지방분권 역행, 포퓰리즘 등 반발 여론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당초 '메가시티'는 더 잘 살기 위한 도시의 비전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지방의 '생존' 전략이었기 때문이다.이미 수도권 일극체제에 따른 지방소멸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 초 발간한 '지역 간 인구이동과 지역경제' 보고서에 따르면
[계룡]계룡시가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이 꿈과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 2006년 5월 '계룡시 애향장학재단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재단법인으로 계룡시애향장학회를 설립했다. 사회단체와 금융기관, 기업 등으로부터 기금을 기탁받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물론 학업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올해도 지난 4월 특기장학생 21명, 모범장학생 9명, 고등학교 학업 우수 신입생 6명, 대학교 학업 우수 신입생 2명, 대학교 학업 우수 재학생 11명 등 총 49명에게 특기 장학생에게는
수능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몇 달 전 입시박람회에서 만난 고3 학생이 생각났다. "상위권 대학이 아니더라도 서울에 입성하는 게 목표다. 지방 국립대를 갈 바엔 서울 변두리라도 가겠다"국립대와 수도권 대학 중 선택할 수 있으면 고민도 않고 당연히 수도권 대학을 택하겠다는 학생이었다. 개인의 선택이긴 하지만, 지역 기자의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한 답변이었던 것 같다. 급격한 인구 감소는 수도권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 큰 변화를 주고 있다. 청년들이 떠난 도시는 활기를 잃었고, 농촌은 나이 든 이들로 가득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빈집과 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