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뉴스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한 50대 남성이 제과점에서 빵을 구입하고 이물질이 나왔다며 주인에게 전화 및 협박 등을 일삼아 약 300만 원의 합의금을 받아냈다고 한다. 조사 결과, 실제 이물질은 발견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 남성이 유사한 문제 제기를 통해 약 10여 곳의 제과점, 음식점 등지에서 약 1000만 원 이상의 금전을 요구, 받아냈다는 사실이다.상식적인 기준을 벗어난 정도로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며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보통 '악성소비자', '문제행동 소비자' 등으로 지칭한다. 과거에는 한국식 영어표현으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라는 법언(法言)이 있다. 자신의 권리를 적절히 행사하지 않는 사람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며, 그 결과는 정당하다는 의미이다.소비자에게는 특별한 권리들이 부여돼 있다. 대표적으로 '소비자기본법'은 소비자가 소비생활에 관한 충분한 지식과 정보 아래 자유롭게 거래를 선택하고, 적절한 교육을 받으며, 피해와 위해로부터 보호받고 보상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소비생활 각 분야의 관련 법령은 이러한 소비자의 권리를 구체화하고 명문화했다.그런데 소비자권익 증진 업무의 현장에서는 소비자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방류 계획에 따른 논란이 뜨겁다. 안심해도 된다는 주장과 절대 안 된다는 주장, 두 주장이 대척점에 서 있다.혹자는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게 되면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수산물 섭취에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다른 혹자는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를 섭취해 체내에 축적하게 되면 유전자 변형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위와 같은 사안에서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판단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이해관계자들의 인식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따라 소비자의 안전을 직접적
소비생활을 하다 보면 '방법이 이것밖에 없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의 충전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요 휴대폰 제조사가 충전단자의 구조를 다르게 설계하다 보니 종류별로 충전기를 구매해야 하는 가정이 많다. 물론, 충전기 구매 부담이 아주 크지는 않아 사소한 불편함 정도로 여길 수도 있으나, 전체 소비자를 생각하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상당한 비용과 자원의 낭비이다.작년 10월 유럽연합 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을 USB-C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
주로 인터넷을 통해 회원가입을 할 때, 자주 접하는 문구가 있다. '위의 이용약관에 동의합니다.'. 본인이 동의 표시를 하면서도, 어떤 내용에 동의하는 것인지 약관에 기재된 사항을 자세히 읽어보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어차피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을 못 하잖아?'라는 마음에 습관적으로 내용을 확인하지 않고 동의한다.이는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약관을 확인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오롯이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윤재영 교수는 '디자인 트랩'이라는 책을 통해 소비자를 유인하거나 기만하는 디자인에 관해 설명한다. 그중 약관은 아주 작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생활과 관련한 많은 서비스가 디지털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금융거래 분야 역시 데이터를 활용한 거래의 효과성, 거래 과정의 효율성을 앞세워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는 서비스 이용을 위한 디지털 기기가 필수적이고 소비자의 디지털 활용역량이 전제돼야 한다.금융거래 분야는 금융상품을 활용한 자산관리, 상품 거래에 따른 결제 등 모든 소비생활을 아우르는 필수 영역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특성과 무관하게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는 '미래 금융을 위한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독일의 작가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 '데미안'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이미 정해진 조건과 규범에 얽매이기보다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자아 성찰의 여정을 담은 소설 '데미안'의 글귀는 오늘날의 소비자에게도 큰 울림을 준다.소비자가 관성적인 선택에 따른 안락함에 젖어 시장환경의 감시자라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남는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는 현실을 자각하고 늘 깨어 있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최근
'소비자정책 기본계획'은 우리 정부가 나아가고자 하는 소비자정책의 중장기적 추진 방향을 정립하는 범정부 차원의 종합정책계획이다. 2009년에 제1차 계획이 시행된 이후 3년 주기로 수립됐고, 올해는 제5차 계획의 마지막 해이자 제6차 계획을 수립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정부는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서의 소비자 권익 보호'와 '신속하고 내실 있는 피해구제 및 소비자 안전 환경 조성'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이외에도 소비자 후생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사업이 국정과제 곳곳에 내재해 있어 정부와 지자체는 국정과제의 이행과 함께 소비
수리할 권리(right to repair)에 관한 논의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월 3일, 환경부의 '2023년 주요업무 추진계획' 중 제품의 사용주기 연장을 위해 수리권 보장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수리할 권리는 미국이나 EU 등에서 이미 그 논의가 활발하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제조업체가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EU 집행위원회는 2020년, 소비자의 수리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포함한 신순환경제실행계획을 발표했다.수리할 권리에 관한
최근 전 세계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녹색소비 실천 방안과 이를 촉진할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인센티브는 소비자의 동기부여나 목표 달성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자동차의 파격적인 구매 혜택은 자동차 시장 판도를 흔들 만큼 영향력이 크고, 매일의 걸음 수에 작은 보상을 제공한 걷기 앱은 단숨에 다운로드 1000만 회를 기록하는 선풍적 인기를 얻기도 했다.이에 따라 네덜란드, 일본, 미국, 캐나다, 호주 등 다수 국가에서 탄소중립 정책 활성화를 위한 인센티브
챗GPT(ChatGPT)를 향한 관심과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뜨겁다. 챗GPT는 오픈AI사에서 개발한 소위 인공지능 챗봇(ChatBot) 서비스로서,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이에 맞는 대답을 하는 언어 모델이다. 내용을 정리, 요약하거나 시와 논문을 쓰는 등 언어와 관련한 상당히 발전된 처리능력 수준을 보여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이미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서비스는 챗GPT뿐만 아니라, 꽤 다양하다. 소비자 맞춤형 정보나 광고, 제품 등을 추천하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소비자가 이
지혜와 풍요를 상징하는 토끼해를 맞아 가장 주목받는 세대가 있다면 아마도 베이비붐 세대일 것이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태어나 우리나라 인구 성장기를 대표하는 이들 세대는 그 막내 격인 1963년생이 올해 환갑을 맞이함으로써 약 700만 명 모두가 60대로 접어들었다.최근 연금개혁이 주요 정책 이슈로 부상하면서 이들은 개혁의 핵심 대상이자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들의 노후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개인 삶의 질은 물론 우리 국가 경제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베이비붐 세대가 노후 준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
유통기한이 일주일 지난 두부의 포장재를 만지작거리며 '먹어도 되나? 괜히 탈 나기 전에 버려야 하나?' 고민해 본 적이 있다. 비단 두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주는 어묵이 그랬고, 그 지난주는 게맛살이 그랬다.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이러한 고민도 이제 끝날 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부터 소비기한 표시제도가 새롭게 시행된다. 식품 등에 기존의 유통기한 대신 '표시된 보관방법을 준수할 경우 섭취하여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을 뜻하는 소비기한이 표시된다.유통기한은 때때로 다양한 소비자 문제의 원인이
최근 ESG 경영이 기업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면서 이에 편승해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른바 'ESG 워싱'이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ESG 워싱(ESG Washing)은 그린워싱에서 파생된 용어로 기업 또는 상품이 실제 내용이나 평가와는 별개로 ESG 친화적 기업이나 상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위험을 말한다.최근에 ESG 평가가 강화되고 이에 대한 정보공개와 책임투자가 확대되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자사의 ESG 관련 홍보와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그런데 실제 ESG 기준에 부합하지 못함에도 ESG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국내외 출입국 규제가 풀리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더불어 글로벌 OTA(온라인을 통해 항공권, 호텔 등 예약을 대행하는 사업자, Online Travel Agency)를 통해 항공권을 구입한 소비자 불만도 대폭 증가했다.한국소비자원이 최근 항공권 판매 글로벌 OTA 8개 업체의 거래조건을 조사한 결과, 이용 약관에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거나 주요 거래조건이 국내 법규에 비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최근 3
디지털 전환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인터넷이 시작된 1990년대 처음 등장한 이래, 2010년 이후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그러나 디지털 전환이 주로 디지털 혁신을 통한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나 산업의 새로운 방향 정립 등의 측면에서 강조되면서 소비생활의 방식과 양태, 소비자 인식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오늘은 전국적으로 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날이다. 대전·세종·충남 지역도 수험생이 3만6000여명이나 된다고 한다. 모든 수험생이 밤낮으로 촌각을 아껴가며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란다.여느 해 같으면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능마케팅 행사 및 이벤트가 많았을텐데 올해는 여러 어려운 상황으로 인해 조용하게 진행되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많이 나타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적지 않은 사업자들이 수능마케팅을 통해 수험생들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사업자의 경우
최근 경제 관련 뉴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ESG'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를 통해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평가지표다.기업은 황량한 산에 나무를 심거나 재해를 입은 이재민에게 구호 물품 및 성금 전달 등 여러 사회활동을 해 왔지만 이는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하지만 지금 너나없이 외치고 있는 'ESG 경영'은 단순히 시혜적 의미를 넘어서 기업의 생존 전략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
최근 인터넷 거래환경의 급속한 발전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물품을 저렴하고 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2021년 국내 소비자의 온라인쇼핑 해외직접구매액이 5조1404억원으로 그 규모가 상당하다.온라인 해외구매의 경우 소비자가 해외 인터넷쇼핑몰에서 직접 물품을 구매할 수 있지만, 언어나 배송 등의 이유로 해외 구매대행 사업자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해외 구매대행 관련 소비자불만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일부 사업자들이 국내 소비자보호 법규를 잘 몰라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
올해 초 'AI가 6시간 만에 독성 화학물질 4만개를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미국의 제약회사인 콜라보레이션 파마세니컬스(Collaborations Pharmaceuticals) 연구진이 의약품 개발 AI의 용도를 변경해 독성물질 개발을 주문했더니, AI는 6시간 만에 화학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4만 종의 독성물질을 찾아냈고, 그중에는 신경가스를 능가하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이처럼 화학물질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2018년 3월 '생활화학제품 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