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이 며칠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의 명절은 조상으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소중한 문화 예절이자 풍습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정신적, 경제적, 육체적으로 많은 부담을 주는 것 또한 사실이다.필자는 설을 전후한 시점에 재미난 실험을 해 본 적이 있다. 기혼 남성과 여성이 명절에 받는 스트레스 정도를 점수화해 여성이 남성보다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방법은 병원에 내원한 기혼 남녀 562명에게 사회재적응척도(스트레스를 점수화 한 척도)의 여러 문항 중 이혼(73점), 결혼(50점), 가까운 친구의 죽
최근 한 모임에서 연애예능 프로그램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관심을 두지 않으면 몰랐을 터인데, 의식하고 보니 TV 채널과 OTT 플랫폼 등에 연예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꽤나 많다. 타인의 연애가 예능프로그램이 되다니, 트루먼쇼인가 허탈한 웃음도 나오지만 '나는 솔로' '하트 시그널'을 포함해 넷플릭스의 '솔로지옥', 티빙의 '환승연애' 등 다양한 연애프로그램이 MZ세대뿐 아니라 청소년들과 중년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처음에는 결혼적령기의 젊은 청춘남녀 위주였던 일반인 출연자의 범위도 다양해졌다. 헤어진 과거의 연인이 나오기도 하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에서 대전-당진고속도로 예산 수덕사 IC로 가는 길 왼편에 이색적인 카페가 있다. 옛날 정미소를 리모델링 해 문을 연 카페는 내부에 웅장한 크기의 도정기가 눈에 띈다. 각종 로스팅 대회에서 수상한 바리스타의 경력, 다양한 음료와 빵들은 방문자들을 매료시킨다. 농촌인구 감소와 더불어 쌀 생산량이 줄어들자 과거 정미소나 미곡 창고가 카페로 변모하는 사례는 이곳뿐만 아니다.수덕사 가는 길 옆에 자리한 Y창고, 부여군 규암면에서 청년들이 운영하는 C창고도 농협 미곡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매력적인 카페로 정평 나 있
유명 연예인이 마약 혐의에 관한 수사 중에 명을 달리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어떤 경찰관은 인터넷 게시판에 "죽음에 동정하지 않겠다. 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라는 글을 게시했는데, 절차가 준수됐는지에 관한 의문은 뒤로 해두더라도, '절차만' 지켜진다면 곧바로 국민의 권리가 지켜지는 것인지 역시 의문이다.한편으로는 너무 자주 들어서 당연히 보장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침해받고 있는 인간의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수사기관을 포함한 모든 국가권력의 행위는 국민의
비교적 최근에 뉴스나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소재 중 하나가 학교폭력일 것이다. 어떤 공직자의 아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뉴스와 학교폭력이 소재인 드라마가 우리나라를 넘어 여러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끌었다는 뉴스가 세간의 화제가 됐다.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모 배우가, 모 가수가, 모 운동선수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였다는 뉴스가 거의 끊이지 않고 등장했다.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은 아마도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학창시절을 지나 어른이 돼서도 아이들 간의 다툼 정도
서구화와 근대화를 표방한 갑오개혁 이듬해인 1895년 고종은 "교육이야말로 국가보존의 근본인 바, 널리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양성하여 국민의 학식으로써 국가중흥의 대공(大功)을 세우고자 한다"는 교육조서를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종래의 경전 중심 교육을 벗어나 학교라는 공간을 새로이 만들고 학식 배양을 통해 격동하는 세상에서 국가를 지키려 했다. 이후 230년이 되어가는 요즘, 세계 언론에 비친 대한민국은 가히 세계를 선도하는 인재를 자랑한다. 최근 미국 국제전자제품박람회인 CES 2024에서 혁신상 379개 중 160여 개를 한국
감염병 후유증인지, 아직은 거리에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다. 날이 풀린 날에도 사람들은 두꺼운 외투 속에 숨어서 거리를 오고 간다. 물론 소한의 추위가 지나간 지 며칠 되지 않았으니 외투를 벗기에는 이르다.약속된 공간에 들어서며, 오늘은 장소를 잘못 골랐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고개를 든다. 여느 때와 다르게 조용해야 할 실내가 잡음으로 어수선하다. 많은 사람이 모여 있고, 더러는 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왔는지 소음 속에는 아이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다. 저쪽 편 벽에 어린아이의 돌잔치가 있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어쩔 수 없이 조
방탄소년단의 Dynamite 뮤직비디오가 흘러나오고 음악에 맞춘 듯 지구가 뱅그르르 돌아가고 있다. 달 표면 위를 비행하는 현장의 모습과 대응되는 좌표를 가리키는 기호 등등, 수십 개의 모니터에 걸쳐 KAIST인공위성연구소나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있을 법한 관제실 모습이 서울 롯데월드타워 내 긴 복도 벽을 장식하고 있다. 이 복도는 우리 나라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건물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향해 반드시 지나가는 곳이다. 달과 우주를 주제로 한 영화 속 장면인가 싶으면서도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다. 해가 바뀌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목표를 세우고 또 이러저러한 결심들을 한다. 건강을 위해 금연을 결심하기도 하고, 가까운 스포츠 센터에 등록도 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흔히들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자신의 건강을 점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해는 모든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받는 원년이 되기를 기원하며 건강검진의 중요성을 짚어보는 자리를 가져보고자 한다.그렇다면 왜 우리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며 건강검진을 받는 것일까?우선 조기발견, 조기
최근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 '순삭'이라는 것이 있다. '순간 삭제'의 줄임말이다. 줄임말의 유행은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에 이르면 거의 외래어 같다. 모든 단어를 줄여서 말하는 젊은이들은 도대체 왜 그리 바쁘고 무엇에 쫓기고 있는 것일까? 이는 우리 사회가 속도의 강박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한 하이데거의 말이나 '언어를 사고는 지배한다'는 사피르-위프의 말을 언급하지 않아도 언어는 한 사회를 보여주는 단면이다.한국사회는 너무나 바쁘다. 현대사회는 멀티태스킹이
"반성하고 있으니 선처를 바랍니다."오래전 형사 법정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국선변호인의 변론이다. 드물게는 법정에 출석한 변호사에게 그 자리에서 국선 변론을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과거와 같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법정에서 영상 자료를 준비해 변론하는가 하면 피해자를 찾아다니며 합의를 호소하기도 한다. 또 진심으로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충실한 변론을 하는 국선변호인들이 대부분이다. 국선변호인이라고 하더라도 구속된 피고인인 경우 변론 준비를 위해 접견을 하는데 그 시간은 대략 한나절 정도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국선변호사
며칠 전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견리망의(見利忘義)'라는 기사를 보았다. '이로움을 보니 의로움을 잊는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대략의 의미는 이해가 가나 왜 이 글귀가 교수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었을까? 라는 생각은 이를 추천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의 설명으로 잘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가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라는 추천의 이유를 밝혔다. 견리망의보다는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 말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올 한 해 우리는 싸움판 같은 각자
'단재 신채호와 대전문학'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8일,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진행된 학술토론이었다. 대전시에서 주관하는 신채호 관련 행사는 이제 꽤 연륜을 가지고 있는데, 그의 문학을 중심에 놓고 학자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한 경우는, 대전시 행사로는 처음일 것이다. 신채호가 민족주의에서 무정부주의로 나아간 독립운동가로 또 정론적 역사학자로 널리 알려진 후 그의 자취를 갈무리하는 작업도 이제 많은 성과를 이루었다. '신채호가 대전의 인물이었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여전히 있지만, 그가 대전의 인물이라는 주장을 비판하
재미없다. 느리다. 일명 '노잼도시', 대전이 타지역 사람들로부터 우스갯소리로 받고 있는 평가다. 그러나 대전은 정말 멋진 도시로 자부심 가득한 도시다. 느리고 재미없다는 평가는 사실, 대전이 지금까지 큰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겪지 않았던 도시라는 명예와 자부심이었다.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 위기는 서울이나 제조업과 서비스업 중심 도시를 정면으로 덮쳤다. 많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줄도산이 나고 구조조정됐다. 대전은 조금 달랐다. 전국적 경기침체에 약간의 부침은 겪었지만 훨씬 안정적으로 도시가 운영되고 성장했다.대전은 자동차
지난 8일 수능 성적표가 배부되었다. '불수능'의 결과는 많은 수험생을 '멘붕'에 빠뜨렸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점수를 받아 든 학생들이 전국에 넘쳐났다. 언론은 최저 등급을 맞추지 못해 고등학교 3년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 학생들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지금도 많은 수험생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고민의 갈림길에 서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자 한다.첫째,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인생은 컨베이어벨트가 아니다. 먼저 시작한다고 목적지에 먼저 도착하는 것이 결코
12월이다. 길거리를 수놓던 단풍은 어느덧 모습을 감추고 사람들은 목도리나 장갑을 꺼내며 겨울 준비에 한창이다. 한 해를 되돌아보며 대전일보 독자분들께 안부를 전하고 싶다. 연초보다 나아진 연말이 되길, 만약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모두 계묘년 끝자락에 묻고 새로운 해를 맞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번에는 올해 마지막 기고를 빌어 필자의 한 해를 여러분과 나눠보고자 한다.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대한민국 733만 소상공인과 1,800여 개에 달하는 전통시장·상점가를 전담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정부의 국
지난달 하순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는 충남 부여의 한 소규모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초청·견학 행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화폐와 가격, 바람직한 소비생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K-Water 측의 도움으로 우리 생활 속 물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행사 내내 아이들이 관심을 갖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 시간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본 행사에 참여한 초등학교의 전교생 숫자가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한 반보다 적은 40여 명 남짓이었다는 사실이다.전국 방울토마토 1위 생산지
등록변호사 약 2만 9000명, 대전·충남·세종 등록변호사 770명, 연말까지 등록하는 변호사 수를 고려하면 아마도 대전지방변호사회 회원 780명이 새해를 맞이할 전망이다. 인구 1만 명당 변호사 숫자는 약 6명, 일본은 3명이다. 미국은 41명인데 미국은 유사 전문직을 모두 변호사가 대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세무사가 약 1만 5000명, 법무사 약 7000명, 노무사 약 5000명, 겸직 변호사를 제외한 변리사 약 5000명, 감정평가사 약 5000명, 행정사 약 1만 명 등을 합하면 우리나라의 법률 관련 직업 종사자는 7
지난 10월 30일, 제20대 대전경찰청장으로 부임해 대전경찰과 대전시민 여러분과의 소중한 인연을 시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대전지역에서 처음으로 근무를 하게 돼 새로운 출발에 대한 설렘과 기대감이 크면서도 한편으로는 대전 치안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아 무거운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취임 후 어느 덧 한 달 가까이 지났다. 그동안 대전지역의 주요 기관을 방문하며 인사를 드렸고, 경찰서와 현장에 나가 현장 직원들을 비롯 협력단체·시민 여러분과도 인사를 나눴다. 첫 만남부터 따뜻하게 환대해주신 모든 분들께 지면을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며칠 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이었다. 수험생이 있든지 없든지 간에 수능일은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그 어떤 날보다 중요한 날이다. 나라 전체가 그날은 수능이라는 시험을 위해 배려하는 날이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 조정에서부터 행여 듣기평가를 방해할 수 있다며 특정 시간대 비행기의 이착륙도 피하는 날이다. 우스갯소리로 수능일은 국가 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모두가 이토록 집착하게 된 수능이라는 대학 입학시험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보려고 한다.일단 수능시험의 현실과 이상은 큰 격차가 있으며 아무리 좋은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