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쉴러의 시에 교향곡으로는 처음으로 4악장에 인간의 목소리를 넣어 작곡한 베토벤 9번 교향곡 합창이 있다.2019년 송년 음악회로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대전 시립교향악단 70여 명의 단원과 3개 시의 합창단 120명이 연합해 연주되었던 합창 교향곡에서 솔리스트로 함께 연주하는 영광을 누렸던 감명 깊은 곡이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은 독일의 서양 고전 음악 작곡가이다. 독일의 본에서 태어났으며, 성인이 된 이후 거의 오스트리아 빈에서 살았다. 감기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투병하다가 57세로 생을 마친 그는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의 대부분은 서양 음악이다. 국악이 김대중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엄청난 부흥을 일으켰으나 아직도 우리 음악보다는 외국 음악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래도 요즘에 와서 작곡자 김효근 교수의 '첫사랑'이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김주원님의 '연꽃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김원주님의 '베틀노래' 등 새롭고 높은 작품성과 예술성에 대중성까지 겸비한 곡들이 쏟아져 나와 신작 한국가곡이 많이 불려지고 있다. 참으로 오랜만에 몇 년간 이어지는 바람직한 풍토라고 생각된다.대부분의 성악도들은 대학 졸업 후 이
'기생충'이 세계 영화펜들의 뱃속에 알을 확 까버렸다. 앵글이 비추는 빛은 모두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호다. 기호(사물)는 은유와 상징으로 정교하고 중첩적으로 엮여 있다. 그래서 디테일하다. 기호의 주제는 지하의 지하인 벙커에서 반지하를 거쳐 2층으로 이어지는 수직 사다리(계단)였다.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영화는 시종일관(?) 펼쳐진다. 경제력이 수직 계단의 신분 사회구조를 만든다는 은유다. 기택(송강호)네 4식구는 모두 기생충가족이다. 서식지가 배의 위치쯤 되는 반지하다. 기생충 가족은 숙주인 주인이 사는 볕이 반짝 드는 지상층이
또 다른 한해가 시작됐다. 우리는 사회 각 분야에서 빠른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토인비가 말하였던 것과 같이 도전과 응전을 통해 역사는 발전 할 것이고 인간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다.2020년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화하고, 변화는 문화예술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늘어나는 여가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이고 좋은 시간으로 만들 것인가를 고민하며, 문화예술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고 즐겁게 잘 노는 시간의 가치에 대한 '시간 민감도'가 높아지는 문화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즉 문화예술 서비스의 설계와 내용 구성에 있어
사람이 살면서 꿈꿔온 아름다운 상상력이 실제로 현실화되는 경우는 흔하디 흔하다.평범한 식사를 하고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은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서 이미 살고 있으며 즐거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현대를 사는 우리는 다들 너무 바쁘다. 그래서 멍 때리는 것 조차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게 느낄 만큼 자족이 필요한 시대다. 나는 친구들에게 상상의산책을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생각이 곧 건설이 될 수 있으니까.나는 산책이란 느낌을 참 좋아한다.나무들이 우거져있고 야생 꽃들이 피어있는 무척이나 평화스런 상태가 상상이 되는
자주 받는 질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사람마다 달라요. 라고 대답한다. 그래도 더 궁금한 사람들은 묻는다. 1년에 대략 어느 정도 벌어요? 그럼 나는 대답한다. 그렇게 따지면, 100만원도 못 벌어요. 그럼 상대의 반응은 두 가지 중 하나다. 그럴 줄 알았다와 그럴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주는 이들은 원래 시인은 배고픈 직업이니까 하며 대화를 끝내고, 그럴 줄은 몰랐다는 대답을 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한다는 얘기를 늘어놓는다.너무 한다는 말은 누가 너무하다는 의미인지 모르겠지만 예술가에게 이,
바둑 천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한돌과 가졌던 은퇴대국은 결국 AI의 승리로 끝났다. 이 9단이 3차례 승부에서 1승2패하며 결론적으로는 AI의 벽을 넘지 못했지만, 이 승부는 학습되지 못한 데이터에 대한 응용력 저하라는 AI의 한계점 등을 표면화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이세돌 9단에 대한 한돌의 우승은 AI가 가져다줄 새로운 세상에 대한 시나리오들을 가시화해주는 사례라고도 말한다. 이제 조금만 기다리면,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을 하고, 퇴근하면 요리와 청소를 도와줄 로봇이 상용화된
1810년 6월 8일, 독일의 작센 지방의 츠비카우(Zwickau)에서 태어난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은 일찍부터 음악적인 재능을 나타냈다. 7살 때 교회의 오르간 주자로 기초 교육을 받았으며 10세가 지날 무렵에는 이미 오르간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16세가 되던 1826년에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의 권유에 따라 법률을 배우기 위해 라이프치히 대학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피아노에 열중하는 슈만을 보고 놀란 모친은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전학을 시켜 음악을 향한 열정을 막아보려 했지만 소
바둑 기사 이세돌의 은퇴는 인공지능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계기를 준다. 30대의 이 명민한 기사는 그의 은퇴를 자극한 것이 3년 전 알파고와의 대국이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알다시피 그는 한번 이기고 네 번 졌다. 로봇이란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20년 카렐 차페크의 희곡에서다, 거기서 인공지능은 인간에 향해 반란을 일으킨다. 그로부터 딱 백년이 되어가는 시점에 이세돌이 주목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주된 관심이 '이기고 지는', 다른 말로는 '지배관계'에 있으며 알파고와의 대국은 그 관심을 패배로
결혼식 초청 문자를 받았다. 누가 또 결혼을 하나 싶어 청첩장인 듯한 링크를 클릭했다. 링크를 클릭하자 프로그램을 깔라는 안내가 나왔고, 나는 그것이 청첩장 이미지를 보기 위한 프로그램인 줄 알았다. 그렇게 생각 없이 눌렀던 링크 하나가 일주일 뒤 나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일주일 뒤 토요일 저녁, 지인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카톡이 왔다. 누구세요? 저에게 이런 문자를 보내셨는데요. 라며 그쪽에서 캡처해서 보내온 화면은 일주일 전 내게 도착한 문구와 똑같은 결혼 초청 문자였다. 발신자는 내 번호였고, 같은 내용
주말 내내 한국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수화(樹話) 김환기(金煥基, 1913-1974)의 대표작품 '우주'(Universe 5-IV-71#200)가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난 23일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132억원에 낙찰되며 한국 미술품 경매 기록을 새로 쓴데 이어, 김환기와 한국현대미술 작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 화가 작품의 경매가 100억원 돌파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는 김환기의 1971년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 가운데 유일한 두 폭 그림으로 제법 큰 크기(254×254㎝)의 푸른 단
가을 개편을 맞아 대전국악방송 '금강길 굽이굽이'에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내 이름을 건 코너도 하나 생겼다. '유달상의, 지성과 상상'(내 필명은 류달상이지만 글쓰기 아닌 분야에는 본명인 유달상을 쓴다)이란 코너가 그것인데 이 코너의 이름은 스태프 분들의 제안으로 어펠레이션(命名)한 것이다. 애초에 나는 '달상의 단상'이란 코너명을 제안했다. 달상이란 '달콤한 상상', 단상이란 '단단한 상식'의 준말이다. 동서양 인문지성들의 사유 안에는 단단한 상식이 들어 있고, 그 상식들 앞에서 내 역량이 할 수 있는 일은 명민한 해설이나
어느 음악가의 연주를 감상하기 위해서 음악회장을 찾는다. 관객의 기준에서는 음악회가 열리는 공연장 매표소에서 티켓을 건네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객석에 앉아 잠시 후 펼쳐지게 될 공연을 기다리는 것이 음악회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연주를 앞두고 있는 음악가의 입장에서는 운명의 날을 맞이한 것과 같은 비장함과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주고 싶다는 열정으로 무장(武裝)한 날이 바로 음악회 당일(當日)일 것이다. 대다수 음악가들에게는 음악회의 시작은 수없이 많은 생각과 고민을 거듭한 뒤에 자신만의 레퍼
일요일에 대학로에서 문인들을 만났다. 저녁 먹으면서 대전에 가면 뭐가 맛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칼국수도 맛있고, 두루치기도 맛있고, 그 말을 듣고 있던 한 평론가가 말했다. 유퀴즈라고 텔레비전에 대전 나왔는데 보셨어요? 아니요. 거기서 노잼의 도시라고 하던데 정말인가요? 말을 고르는 내게 또 한 사람이 물었다. 대전에는 성심당이 유명하지요? 대전 하면 꿈돌이가 생각나요. 꿈돌이는 잘 있나요? 나의 가족이라도 되는 듯 꿈돌이의 안부를 묻는 사람도 있었다.이것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전의 이미지다. 성심당, 노잼, 꿈돌이. 딱
회화란 현실세계를 재현하는 것이라는 서구의 오랜 통념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의 근대시기까지도 커다란 영향을 발휘했다. 가장 대표적인 일화는 아마도 고대 그리스의 제욱시스와 파라시오스 간에 펼쳐진 드라마틱한 대결일 것이다. 당대의 라이벌이었던 두 화가는 누가 더 그림을 잘 그리는가를 놓고 경쟁했다. 어느 날, 이 둘은 누가 더 잘 그리느냐를 두고 일종의 시합을 했는데, 제욱시스는 자신이 그린 포도송이가 탐스런 포도나무 그림을 보여줬다. 이 때 여러 마리의 새가 진짜 포도송이로 알고 그림에 날아와 부딪혔다. 제욱시스는 의기양양하게
요즘 며칠은 좋은 인연이 주는 행복감에 젖어든 날들이었다. 방송 진행을 하는 덕분에 훌륭한 분들을 대담자로 뵙는 행운이 내게 자주 주어진다. 경서도 소리의 명인 권재은 선생님을 뵌 것도 그중 하나다. 스튜디오에서 마주 앉는 순간, 나는 온후와 강직이라는 양가적 품성을 선생의 전 존재로부터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평생을 한길로만 걸어온 사람만이 낼 수 있는 체취랄까. 그런 깊이를 지닌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시간은 여러 힘들이 내면에서 싸우는 시간이다. 떨림과 설렘과 그것들을 진정시키려는. 삼십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가 끝난 다음
소녀가 말한다. "죽음의 그림자여, 다가오지 마세요.. 저는 죽음과 키스하기에는 너무 어려요. 저리 가세요. 저를 만지지 마세요." 죽음이 소녀에게 말한다. "내게 다정한 손길을 주렴. 아름답고 순진한 아가씨여, 나는 너의 친구란다. 네게 벌을 주려 온 것이 아니야.. 기운을 내렴. 나는 난폭하지 않단다. 내 팔에서 편히 잠들게 해줄게."위 시는 독일의 서정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의 '죽음과 소녀'라는 작품으로, 슈베르트가 스무 살이 되던 1817년에 작곡한 가곡의 가사이다. 그로부터 7년 뒤, 가곡 '죽음과 소녀'와 같은 제목으
친구가 사진을 보냈다. 자동차가 뒤집혀 있는 사진. 내 자동차와 같은 모델인 빨간 자동차의 사방 유리는 깨진 채 거의 프레임만 남아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트럭에 치였어.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려고 우회전을 했거든. 뒤에 따라오던 트럭이 나를 그대로 받아쳤어. 그렇게 친구의 자동차는 360도로 데굴데굴 굴렀다. 친구는 그것을 주사위 같았다고 표현했다. 다친 데는 없어? 몸은 괜찮아? 나의 다급한 물음에 친구는 일러줄 것이 있다는 듯 단호하게 얘기했다. 너도 차 바꿔! 우리 차는 안 되겠어. 나는 친구의 말에
우리미술관의 소장품 중 대표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대전엑스포'93' 출품작인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1993)과 제목처럼 왕관을 쓴 부처의 좌불상이 연상되는 '부다킹'(1997)일 것이다. 천 여 점의 우리 미술관 수집 작품 중 백남준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는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라는 전혀 새로운 현대예술의 계보를 만든 세계적인 예술가이며, 둘째는, 그의 작품 '프랙탈 거북선'이 대전시의 국제적 도시로의 도약에 기여한 때문이다. '프랙탈 거북선'은 '대전엑스포'93' 특별전시에 출품되었고, '대전엑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음악에 대한 담론인 '망양록'편에는 논어 한 구절에 대한 재미있는 해석이 있다. '양화陽貨' 편의, 공자가 아들 백어伯魚에게 한 말인데, 원문은 다음과 같다. '子謂伯魚曰 '女爲周南, 召南矣乎?' 연암은 이를 로 이해한다. 주남과 소남이란 '시경' 국풍(國風)의 첫 머리에 있는 시 두 편을 가리킨다. 필자가 재미있다고 한 것은 연암이 女爲周南(여위주남)의 한 글자 '위(爲)'를 '하느냐?'로 이해한 때문이다. 이에 연암과 대담한 중국의 학자 곡정 왕민호는 '누구도 말하지 못한 독창적인 생각'이라고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