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쯤으로 돌아가 보면 어느덧 월동을 마치고 다음차대에게 이수인계도 모두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차대는 신축연구동 증축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많은 인력들이 4월까지 체류하였다. 체류인원이 많다보니 기지에 방문했던 많은 분들이 불편했을 것이다. 특히 눈이 많지 않아서 기지뒤편의 호수에 물이 줄어들어 물 사용이 원활하지 않아 며칠에 한번 샤워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공사 때문에 발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니 발전기 부하가 올라가 때로는 발전기 두 대를 동시에 가동한 적도 있었다. 신축하계 연구동에서 부
남극의 월동은 12월에 새로운 차대 대원들이 입남극 하고 인수인계가 완료되면 모든 임무는 끝난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차대 대원들이 남극에 들어오는 날은 매우 특별하고 기다려진다. 2017년 12월 1일 다음차대 대원들의 입남극 계획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2017/2018년 남극하계시즌 세종기지를 최초로 방문하는 인원이 50명이 넘었기 때문에 공항에서 기지까지의 인원 수송이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50명을 수송하려면 보트를 2대로 운행할 경우 3번은 왕복해야 한다. 이 경우 날씨가 어떻게 변할지가 매우 중요한 변수다.
세종기지 주변에 물고기가 그리 흔하지 않은데, 그나마 자주 눈에 보이는 것이 남극 대구라 는 물고기이다. 남극 대구는 남극 바다에 있는 총 222종의 남극 어류 중 77퍼센트나 차지하는 가장 많은 종으로서 남극 바다를 대표하는 어류이다. 대부분 바닥에 붙어서 사는 저서성 어류로 남극 연안의 수층과 저서 생태계를 연결하는 먹이 그물에서 중요한 소비자이다. 남극 대구는 세종기지 주변에서 최소 3종 이상 발견되는데, 이 가운데 가장 흔한 종이 검은 암치과인 노토데니아 로씨(Notothenia rossii)이다. 우리나라의 대구와는 생물학
남극은 눈과 얼음으로 덮여 있는 불모의 땅으로 여겨진다. 가장 흔한 남극의 이미지는 드넓은 백색의 빙원과 빙산, 그리고 찬바람에 떼 지어 살아가는 펭귄 혹은 물개들일 것이다. 하지만 흔히 남반구 여름이라고 할 수 있는 12월에서 2월 사이 세종기지 주변의 얼음과 눈이 녹아 없어진 곳이 연두색, 초록색, 노란색, 갈색, 검은색 등으로 변한다. 실로 놀라움 그자체이다. 노란색은 수분이 부족하고 햇빛 때문에 엽록체가 파괴되어 변색된 이끼들이다. 이끼를 들춰보면 선명하고 파릇한 초록색 잎들이 숨어있다. 물이 충분한 곳에서는 연두색과 초록색
세종기지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최초 월동기지로서 세상의 끝에서 인류의 미래를 연구한다는 기치아래 해양, 대기, 생물, 지질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수행을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세종기지는 맥스웰만의 마리안 소만 이라는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해양 생물 연구를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 살려 극지연구소에서는 해양 생물상 관찰, 기지앞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과 미생물들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동안 짧은 기간 이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2주에 한번 과천과학관과 부산 해양박물관을 방문하는 어린이 또는 중고등 학생들과 월동대원들이 화상대화를 한다. 한국에서 오전에 인터뷰하기 때문에 세종기지 시간으로는 밤이다. 월동대원은 매일 양간 당직을 서야 하기 때문에 화상대화 당일 당직인 대원이 화상대화를 하게 된다. 화상대화를 통해 대중들 특히 어린이들이 극지의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체험이다. 화상대화 때 마다 매번 비슷한 질문들이 반복되는데,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세종기지 주변의 자연환경에 대한 것이다. 특히 가장 흔히 나오는 질문이 세종기지에는 오로라가 있느냐 하
세종기지 주변에는 8개의 기지가 상주해 있다. 세종기지이 있는 킹조지 섬은 지리적으로 칠레와 가깝다보니 칠레에서 파견된 공군과 해군기지에 100명이 넘는 군인들이 상주하고, 공항을 관제하는 민간인들도 다수 파견되어있다. 공항은 약 2킬로미터 정도의 활주로를 갖추고 있어 섬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차지하고 있다. 다른 곳들은 모두 빙하로 덮여있어 활주로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킹조지섬에 있는 공항이 킹조지섬 뿐 아니라 인근 섬들에 있는 각국의 보급품과 인원의 수송을 연결해 주는 유일한 허브이다. 킹조지섬 공항에 도착하면 칠레
올여름 우리나라는 유달리 뜨거웠다. 그동안 관측사상 가장 더웠던 1994년의 최고온도, 열대야 일 수 등 종전기록을 모두 갈아 치울 정도로 더웠다고 한다. 아직도 한 낮엔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밤엔 서늘한 공기가 느껴진다. 올해처럼 서늘한 공기가 고맙게 느껴졌던 적도 없던 것 같다. 우리와는 반대로 남극 세종기지는 기나긴 추위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9월과 10월은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한 시기가 지속되기 때문에 대원들이 연중 가장 힘들게 느끼는 시기이기 때문에 일과 시간이 끝나고 여가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여 외로움과
세종기지는 소수의 인원이 파견되어 운영되는 곳이지만 하루 일과는 다른 기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군대와 같은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자율적으로 규율에 맞게 생활하기 때문에 군대와는 다른 요소가 있다. 물론 주변 기지인 칠레, 우루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 기지는 군인이 상주 하지만 세종기지는 과학기지이기 때문에 해상안전대원을 제외하곤 모두 민간인이다. 1년 동안 고립된 지역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음식이 생활의 활력을 주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 조리대원 선발 과정부터 대장으로서는 매우 신경이
한반도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데, 세종기지 앞의 빙하도 빨리 녹고 있다. 극지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세종기지 앞의 마리안 소만의 빙하는 연간 30미터 정도 후퇴하고 있다. 세종기지 주변의 빙하가 이와 같이 빠르게 녹는 이유는 뭘까. 이는 결론적으로 온실가스증가에 대한 극지역의 온도 증가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크기 때문이다. 2만 년 전 빙하기 때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 혁명 이전의 농도보다 약 100ppm 낮은 약 180ppm 정도였다. 빙하기가 끝나고 1만 8천 년 전 부터 기온이 오르고 대기 중
세종기지가 위치해 있는 킹조지섬에 도착하면 가장 색 다르고 신기한 점은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어 한국과는 완전히 다른 기후를 보이는 점과 주변에 펭귄이 자주 눈에 띄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동물원에나 가야 볼 수 있는 펭귄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기지에서 생활 하다보면 가끔 길 잃은 펭귄들이 기지주변을 헤메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이런 펭귄들은 대부분 세종기지에서 남쪽으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나렙스키 포인트에 있는 '펭귄마을'에 서식하는 종 들이다. 펭귄마을은 171번째 남극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
한국은 장마가 끝나가고 찜통의 날씨가 시작되고 있지만 남극은 춥고 바람이 센 본격적인 겨울날씨가 시작되고 있다. 세종기지는 남극 저기압대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위도 62도이고 비교적 따뜻한 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기온은 높은 편이다. 여기서 따뜻하다는 의미는 다른 고위도 남극에 비해 수온이 높다는 의미이지, 겨울엔 세종기지 주변의 물도 영하로 내려가기 때문에 아주 차갑다. 기온은 비교적 따뜻하지만, 한국의 태풍 같은 저기압이 남극주변에서 끊임없이 생긴다. 지구는 서에서 동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세종기지의 서쪽
6월 22일은 남극에서 연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이다. 세종기지에서는 2017년 동짓날 10시 22분에 해가 떠서 15시 29분에 졌다. 해가 떠있는 시간은 5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9시에 보통 일과가 시작되는데 동짓날은 꼭두새벽에 일하러 가는 것처럼 어두웠다. 세종기지는 남극의 가장 북쪽인 위도 62도에 위치하기 때문에 그나마 해가 5시간이라도 떠있고 낮에는 환하지만, 장보고기지를 비롯한 남극 대륙에 있는 다른 기지들은 일체 해가 뜨지 않는 극야기간이다. 해가 짧기 때문에 일조량이 적어서 온도도 많이 내려가고, 바람도 강해서
남극에는 신선한 식품이 귀하다. 남극의 여름동안은 비행기가 종종 들어오기 때문에 비행기 편으로 신선한 야채(양파, 상추 등)를 공급받아 먹기도 한다. 하지만 동계로 접어들면 비행기 운행이 거의 없고, 보트 운행도 불가능 하기 때문에 신선한 야채를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주변이 온통 눈으로 덮여있고 기지주변의 식물이라고 해봐야 지의류라고 하는 이끼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기지에 온실을 만들어 채소를 기르는 것이다. 세종기지에서 채소를 기르기 위한 온실은 식물공장이라 한다. 8년 전 컨테이너를 활용해 만들었다.
세종기지에서는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기지 앞 마리안 소만의 정점 조사를 실시한다. 20개 지점을 선정해서 정기적으로 해양 조사를 하고 또 정점의 해수를 떠서 물 속의 탄소량, 엽록소 농도, 플랑크톤 등에 대한 측정과 실험을 하기 위해서다. 조사 정점이 20지점이나 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날씨가 좋은 날에만 바다에 나갈 수 있다. 해양 대원이 해수 채집을 나가기를 희망하면 여러 가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제일 먼저 확인할 것은 날씨다. 세종기지는 날씨가 매우 변덕스럽기 때문에 해상 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장시간 안정적인 날
5월 31일은 바다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세종기지 주변에서는 5월을 바다의 달로 지정해 칠레해군 주관으로 주변의 기지들을 초청해 체육대회를 가진다. 2017년 4월 말 칠레 해군에서 바다의 달 기념 체육대회를 5월 첫주와 둘째주에 개최한다고 연락이 왔다. 종목은 탁구, 배구, 줄다리기, 호줄 던지기이다. 선수단은 대장을 비롯해 7명으로 구성, 참가했다. 참가인원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선수들이 거의 모든 경기를 참가해야만 했다. 운동을 잘하는 대원도 있었지만 대부분 대원은 아마추어 수준이었다. 경기 참가 전 몇 차례 연습을 했지
남극 월동대원들의 1년간의 임무 중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은 1년 동안 먹고 쓸 보급품의 하역이다. 남극으로 파견된 신참 대원들에게 제일 먼저 주어지는 가장 어려운 미션이라고 할 수 있다. 세종기지는 큰 배가 부두에 접안할 수 없기 때문, 해안에서 떨어진 해상에 배를 세우고 고무보트로 움직이는 무동력 바지선을 이용해 중량물을 육지로 옮겨야 하는데, 자칫하다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차대는 연구시설과 숙소를 새로 짓는 대규모 공사를 하였기 때문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건설폐기물을 반출하고 유류보급을 받아야 했다. 건설
대한민국의 남극 과학기지로는 처음으로 1988년 2월 17일에 남극반도의 끝단에 있는 킹조지섬(1819년 영국의 조지왕 3세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름)의 바톤반도라는 곳에 세종기지가 준공됐다. 영국과 노르웨이, 심지어 이웃나라 일본도 1900년대 초부터 남극탐험을 시작하고 기지가 설립되고 한 것에 비하면 우리는 많이 늦었다. 세종기지는 남위 62도 13분, 서경 58도 47분에 위치해 있다. 남극반도의 가장 북쪽 끝단에 위치하기 때문에 남극치고는 위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 섬이기에 육지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물로 둘러 싸여 있어
2016년-2017년 30번째 월동 연구대가 세종기지가 파견됐다. 월동대원은 총17명으로 대장과 총무 그리고 지질분야 연구원은 극지연구소에서 파견됐고, 나머지 14명은 외부에서 모집했다. 2016년 4월 전국의 지하철과 일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월동대 모집 공고를 냈다. 모집분야는 해양, 대기, 생물, 고층대기 연구 분야와 기계설비, 발전, 전기, 중장비, 통신, 의료, 조리, 해상안전, 기상 분야이다. 기지 유지를 위해 최소로 필요한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분야는 지원자가 수십명에 달해 선별에 애를 먹은데 반해, 어떤 분야
남극은 평균 2000m 이상의 두꺼운 빙하로 덮여 있는 백색의 대륙이다. 대략 중국과 인도를 합친 정도의 크기이며,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약 58m 올라간다. 물론 당분간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남극빙하는 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약 1억 5000만 년전까지 남극은 남미,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대륙과 곤드와나라는 하나의 대륙 형태로 붙어 있었다. 이때는 저위도의 따뜻한 물이 남극 주변을 자유롭게 순환하면서 현재보다는 훨씬 더 따뜻했다. 하지만 1억 5000만 년전부터 서서히 다른 대륙들과 분리되기 시작해 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