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 금융위기는 우리 경제에 커다란 쇼크를 주었지만, 위기를 극복하면 기회가 온다는 교훈도 안겨주었다. 이때 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함께 했던 인재들과 고통을 분담하면서 자구책을 마련했다. 반면, 더욱 어려워질 것이 두려워 인적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들은 다시 돌아온 호황기의 기회를 인재부족으로 놓쳤다. 최근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때 일수록 섣부른 구조조정보다 온 국민이 하나 되어 경쟁국에 인재가 유출되지 않도록 슬기롭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최근, 중국은 우리의 고용이 불안한 틈을 타 경쟁력을 갖춘 중공업과 전자산업의 인재를 높은 임금과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영입하는 데 혈안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중국 완성차 메이커에 우리나라 기술진이 100여 명씩 포진되어 신차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우리와 기술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우리 자동차의 경쟁력을 약화해 점유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결과는 축적된 노하우를 갖춘 기술인재 유출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중국과 달리 전 세계의 훌륭한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 인재확보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 미국식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다시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확실한 처우와 주거환경까지 제공하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환경은 인재들의 이탈을 막고 연구에 몰입해서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시금석 역할을 하게 한다. 설령, 이들이 자국으로 돌아가더라도 미국과의 교역을 잘 펼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함으로서 부가가치를 극대화 한다.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할 점은 중국이나 미국이 인재를 키우고 받아들이는 방법은 달라도 목적은 자국의 경제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는 `축성(築城)`의 단계로써 언어소통이 비교적 쉽고 문화가 비슷한 우리 인재를 영입하여 단기간에 경제 부흥을 이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이미 갖춰진 경제 강국을 `수성(守成)`하기 위해 젊은 인재의 배출에 역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투자한다. 이렇듯 G2의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인재를 영입하고 키워내는데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부실경영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최고경영자가 져야 한다. 따라서 구조조정은 의사를 결정하는 경영층 전체에 책임을 묻는 것이 우선이다. 묵묵히 기술개발만 해온 인재들을 구조조정의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근시안적 책임회피다. 핵심 인재는 경쟁국으로 가면 결정적인 자산이 된다. 이것이 인재를 경제논리 보다 국가안보 차원으로 해석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인재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인적 구조조정은 신중해야 한다. 인재는 비용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는 `국가자산`이다.

김홍근 호서대 창업보육센터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대호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