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한국 경제는 연초 기대와는 달리 메르스 피해 등으로 인한 소비 위축, 수출 감소로 인해 중소기업들에게 녹록치 않은 환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만나는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어 `사업하며 이렇게 힘들었던 적은 처음이다`라는 탄식까지 들린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점점 악화되는 경영환경에 중소 한계기업(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 비중이 크게 늘었다는 통계치도 보인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중소 한계기업 비중이 `2012년 13.3%에서 2014년 15.3%까지 늘었으며 법인회생신청건수도 2010년 627건에서 지난해 872건으로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실패 기업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 사회에서는 한 번 실패한 사람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는 인식이 여전한 것 같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에서 진행한 `창업 관련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려운 사회"라고 응답한 의견이 70.9%에 달했으며,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개인 신용불량으로 이어진다"는 의견에 91.7%가 공감했다고 한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성공한 CEO를 대상으로 조사해봤더니 평균 창업 횟수가 2.6회였다고 한다. 결국 두 번 정도 실패하고 세 번째 창업해서 성공한 기업들이 많았다는 이야기다. 혁신적 아이템과 창조적인 기술이 다시 빛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잃고 한 번 실패로 인해 사장되는 것은 우리 경제로서는 안타까운 일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에서도 재기를 꿈꾸는 성실 실패 기업인들을 위하여 지난 10월 `창의·혁신·기술형 기업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한 재기지원 활성화방안`을 발표했다.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제고하고, 창업가 정신이 창조경제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실패한 기업인들의 재기 지원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도 중소기업의 재도약 지원을 위한 인프라를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 해 최초로 개소한 서울 재도전종합지원센터에 이어, 금년 10월에는 부산과 함께 대전에도 재도전종합지원센터가 설치되었다. 재도전종합지원센터에서는 재도전을 위한 종합상담부터 심층 자문 및 교육, 재창업·구조개선 자금 지원, 사후관리까지 원스톱 지원이 가능하다. 물론 재도약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패 원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개선책도 없이 무턱대고 다시 시작하려고 하는 기업은 그야말로 백전백패다. 정부의 재기지원 대책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실패 기업인들의 재기를 도와 창조경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함이지 좀비기업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에디슨의 명언처럼, 실패가 창업 의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성공 창업의 기반이 될 수 있게 하는 창조 경제의 건전한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라본다. 또한 다시 도약할 날을 꿈꾸며 밤낮으로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을 실패 기업인들이 훗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수 중소기업`으로 소개되면서 자랑스럽게 지난 실패담을 이야기할 수 있는 그 날이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정연도 중소기업진흥공단 대전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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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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